농민도 소비자도 ‘잔인한 2018년’
봄 냉해·찜통더위… 배 농가 작황 ‘뚝’
오이·토마토 농장 3번이나 갈아엎어
생산량 줄어 이달도 가격 상승 전망
용인시 처인구에서 오이와 토마토 농장을 운영하는 임성호씨(49)도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그의 농장은 봄까지는 수확이 어느 정도 잘 되는 듯했으나 6월부터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오이가 자라지 않고, 토마토는 수정 자체를 못하는 탓에 농사를 무려 3번 갈아엎고 현재 4번째 진행 중이다. 임씨는 “작년에만 해도 여름철 농사로 7천만~8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번 여름에는 수익이 아예 없다”며 “50박스를 따던 게 10박스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라 가격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 여름 폭염의 여파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과일과 채소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서 생산량이 줄어 이달 역시 가격이 상승할 전망이다.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토마토와 오이, 고추, 애호박 등 주요 채소와 사과, 배, 단감, 포도 등 주요 과일의 11월 생산량이 10~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풋고추는 생육기 고온으로 인해 이달 출하량이 10% 줄어들면서 11월 도매가격이 10㎏(상품)에 3만 8천∼4만 2천 원으로 전년(3만 700원)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애호박 역시 폭염으로 생육이 좋지 않아 출하량이 전년 대비 9% 감소, 도매가격은 전년(1만 800원)보다 높은 상품 20개에 2만 1천~2만 4천 원으로 예측된다.
백다다기 오이의 경우 연천에서는 8월 말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용인과 이천에서는 여름철 폭염과 바이러스, 안성에서는 10월 기온 하락으로 일부 농가가 출하를 조기에 종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올해 사과 생산량은 개화기 저온 피해 및 여름철 고온으로 전년보다 15% 감소한 46만 3천 t 수준으로 전망된다. 폭염으로 저장성도 떨어져 상품 10㎏ 상자가 전년(2만 2천300원)보다 높은 2만 5천∼2만 8천 원으로 관측됐다.
올해 배 생산량은 전년보다 20% 적은 21만 2천t 수준으로, 상품 15㎏ 상자가 전년(2만 3천500원)보다 높은 3만 2천∼3만 5천 원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폭염 등 기상여건 악화의 영향으로 주요 과일과 채소의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상당수 품목의 가격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예리·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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