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특채 전수감사, 채용비리 근절 계기돼야

서울교통공사 등의 친인척 특혜채용 의혹에 정부가 6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의 인력으로 구성된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 추진단’이 내년 1월 말까지 338개 공공기관·847개 지방 공공기관·286개 공직 유관단체 등 총 1천453개 기관을 대상으로 최근 5년 간 인사·채용 전반에 걸쳐 비리가 있었는지를 조사한다. 인사 청탁, 시험점수나 면접 결과 조작, 승진·채용 관련 부당지시와 향응·금품수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 특혜 부여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비정규직의 정규화 과정에서 불거진 고용세습 의혹은 이후 한전KPSㆍ한국국토정보공사ㆍ인천국제공항공사 등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대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현실에서 공공기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채용비리 의혹은 취업준비생들을 절망을 넘어 분노케 했다. 다른 어떤 부문보다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고용세습은 기회균등이라는 사회 정의를 파괴하는 일이다. 힘 있는 회사 내외부 인사의 영향력이나 불공평한 채용정보를 활용해 공공기관에 취업하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

정부의 채용비리 조사와 별도로 경기도가 범위를 한층 더 확대해 도내 공공기관은 물론 도청·직속기관·사업소·소방서 등까지 채용비리 관련 감사를 실시키로 했다. 김용 도 대변인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7개 반 32명으로 감사반을 편성해 내년 1월 31일까지 특혜채용 실태 특별감사를 한다고 밝혔다. 2014년 1월 1일 이후 정규직 전환자(예정자 포함)를 비롯해 같은 기간 인사채용 부서의 채용 절차나 공공기관 통합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용자 전원이 대상이다. 감사반은 친인척 특혜채용 및 고용세습 여부, 채용계획의 사후·자의적 변경, 평가점수 조작, 서류·면접위원과의 이해관계 여부, 특채 시험방식의 적정성, 법적 절차 생략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왔고, 그때마다 재발방지책 운운했지만 근절되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어도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고질적 한국병처럼 없어지지 않았다. 이번 정부와 경기도 채용비리 조사도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칫 조사가 형식적으로 흐르고 사후 조치도 미적지근하게 이뤄지면 국민 불신만 커지게 된다. 젊은이들의 희망을 짓밟고 허탈감만 안겨줄 것이다.

불법 특혜채용은 취업난 속 사활을 걸고 구직 중인 청년들의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하고 공정한 사회 질서를 훼손하는 명백한 범죄다. 정부와 도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채용비리가 확인될 경우 엄단해야 한다. 특혜와 반칙, 편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공공기관 채용시스템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이번 기회를 채용비리를 근절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이재명 지사가 말하는 ‘공정한 경기’의 실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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