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을 ‘빼빼로데이’ 혹은 ‘가래떡데이’ 정도로 알고있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이날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다. 인류에게 첫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으로 기록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올해로 꼭 100년이 됐다.
1차 세계대전은 1914년 7월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한 선전포고로 시작돼 1918년 11월11일 독일의 항복으로 끝났다. 도화선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가 세르비아의 한 청년에게 암살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전 유럽으로 확산돼 영국·프랑스·러시아·세르비아 등 연합국 세력과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동맹국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1천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역사적 참상이 빚어졌다. 미국과 일본까지 참전한 전쟁은 1918년 11월 11일 종전까지 4년 반만에 끝났다.
1차 대전 교전중지 시점은 영국이 제안했다. 사실 독일은 11월 11일 오전 5시 페르디낭 포슈 연합군 총사령관 앞에서 정전 문서에 서명했다. 장소는 파리에서 60㎞ 떨어진 콩피에뉴 숲의 포슈 사령관 전용 기차 안에서다. 교전중지 시간은 ‘즉각’이 아니고 6시간 뒤인 오전 11시였다. 영국인들이 ‘11번째 달, 11번째 날, 11번째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이 시점은 11이 세 차례나 겹쳐 쉽게 잊히지 않는다. 전쟁의 참극도 함께 기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의도가 반영됐다. 이로써 ‘모든 전쟁을 끝내는 전쟁’이라는 1차 세계대전의 포성은 멈췄다.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주요 참전국이자 승전국인 프랑스가 11일 11시 파리 개선문에서 대대적인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전 세계 70여 명의 정상급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오르세미술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우리 중 일부는 당시 적국이었으나 오늘 밤엔 다시 뭉쳤다”며 “이는 1차 대전에서 사망한 이들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경의”라고 강조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정전협정이 이뤄졌던 콩피에뉴 숲에서 진행된 기념식에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참석해 손 잡고 우호를 과시했다.
1차 세계대전은 끝났지만 이것이 전쟁의 끝은 아니었다. 새로운 폭력의 논리가 유럽을 지배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새로운 비극을 불렀고 21세기에도 폭력과 분쟁은 계속 이어졌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식은 단순한 기념식이 아닌, 참혹한 전쟁을 반성하며 전쟁없는 지구촌을 다짐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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