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내게 1년에 한두 번 청탁서를 보내는 수필전문지의 문학포럼에서 얼마 전 공고된 발제자 중 1명의 발제 초록내용이 편집인의 노선과 달라 발표 이틀 전에 포럼의 회장이 사퇴하는 일이 있었다.

문우가 그동안 열심히 이끌어온 포럼의 회장직을 그만둔다는 서운한 소식에 위로의 문자를 보냈더니, 잡지사로부터 ‘그들’과의 관계를 해명하라는 거친 요구를 받았다.

이런 데 휘말리게 되다 보니 ‘청파에 고이 씻은 몸’이 어찌 될까 봐 서둘러 해명의 문자를 보냈다. 그 일을 계기로 최근에 논문을 쓴 독일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The Right to Heresy)’라는 책이 생각났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3명의 주인공에 얽힌 역사적 사건들을 연구하고 책으로 요약해 관용 정신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이들 3명은 종교개혁을 일으키고 제네바에서 신정 정치를 펼치는 동안 자신의 뜻을 어기는 사람들을 추방하고 죽인 무서운 독재자 장 칼뱅과, 칼뱅의 삼위일체설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다 이단으로 몰려 화형 당한 미겔 세르베투스, 그리고 칼뱅의 횡포에 점잖은 언어로 대항한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 등이다.

황건
황건

내가 맡은 ‘문학과 의학’ 과목에서 나는 의과대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는 과제를 줬다.

독후감에는 의사가 의업에만 전념하는 것과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중 어느 편을 선호하는지와, 자신의 신념에 목숨을 걸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의사에게 ‘관용(tolerance)’의 중요성이 요구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답변이 포함되도록 했다.

대부분의 의대생은 의사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의사의 지평을 넓히고, 책임감과 지도력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소수 학생들만이 의사는 의업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과반수는 신념에 목숨을 걸겠다고 했으나, 약 1/3은 그러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현대사회에서 의사에게 ‘관용’이 요구되는 이유로는 소통을 위해서란 응답과 더 나은 치료결과를 위해서란 응답이 많았다.

카스텔리오는 스스로를 ‘코끼리 앞의 모기’라고 부를 만큼 칼뱅의 권력이 막대하다는 걸 알았지만 지식인으로서 불의에 맞섰다. 그는 ‘이단자에 관하여’라는 저서에서 생각의 자유를 변호했다.

그는 “진리를 구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그것을 말하는 것은 절대로 범죄가 아니다. 아무도 어떤 신념을 갖도록 강요해선 안 된다. 신념은 자유다” 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카스텔리오는 칼뱅이 세르베투스를 화형 시킨 무모함을 명백한 ‘살해’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인문학 중 가장 순수해야 할 문학모임에서도 이렇게 편이 나눠지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도 신념에 목숨을 걸지는 않겠다는 1/3에 들어간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책을 읽고 학생들의 조별 발표를 들으면서 다시금 관용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내 자신부터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하려는 마음을 가져보련다. 카스텔리오가 그랬던 것처럼….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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