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제조업 ‘침체의 늪’… 국가산단 떠나는 중소기업들

곳곳 “공장팝니다” 현수막… 남동산단 불황에 ‘보따리’

20일 6천800여개의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길가나 전신주에는 ‘공장 급매·임대’ 등 공장 매수자와 임차인을 찾는 스티커와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남동산단에서 15년 가까이 공장을 운영하다 현재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이모씨(58)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을 당시에도 이처럼 황폐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공장 매물도 예년보다 급격히 늘었다”며 “공장을 내놓으려는 손님마다 제조업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며 산단 내 분위기를 전했다.

인천지역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내수부진을 견디다 못한 중소제조업체들이 국가산단을 떠나고 있다.

특히, 생산·고용·투자·가동률 모두 감소하는 등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제조업을 지탱하던 남동산단 마저 성장동력을 상실, 인천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남동산단은 올해 공장 가동률이 60% 수준까지 떨어지며 급격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곳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 대표는 “자동차 산업 등의 불황이 대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며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일감이 줄어 인력을 감축하는 등 고육지책을 펼쳐봐도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대출이자는 늘어만 가고 적자가 지속된다면 올 안에 문을 닫을 계획이다”고 토로했다.

산단 경기가 악화하면서 인근 상권도 타격을 받고 있다.

남동산단에서 7년째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신모씨(62·여)는 “남동산단이 다른 지역보다 유독 인구유출 피해가 심한 것 같다”며 “1년 전만 하더라도 야근하는 내·외국인 근로자들로 장사가 잘됐다. 지금은 거리에서도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견·대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추진하며 생산설비 등을 국외로 이전시키며 산업단지가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신성장산업 등을 중심으로 산업단지의 체질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인천 국가산단(남동,부평,주안)의 지난해 공장 가동률은 71.2%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남동산단은 올해 6월 기준 공장 가동률이 68.9%로 불과 2년 사이에 7%p 떨어졌다.

이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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