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수해·폭염·유해조수 엎친데 덮쳐… 경기농사 ‘4중고’

3년째 가뭄으로 농경지 6천700만 피해
멧돼지 등 3년간 11만 마리 포획 지속 위협
道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독려… 지원 보장”

▲ 농작물 피해를 받은 도내 한 농가. 경기일보DB

내년 농사를 준비해야 할 31만 경기농민들의 한숨이 유난히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농민들에게 가뭄ㆍ유해조수와 함께 때아닌 폭염ㆍ수해까지 들이닥치며 1천500만㎡의 농지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예측이 어려운 자연 문제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농민을 위해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경기지역 논ㆍ밭 1천500만㎡에서 폭염ㆍ수해ㆍ가뭄ㆍ유해조수 등의 자연 재난 피해가 집계됐다. 특히 폭염과 수해는 지난해 피해 없이 넘어갔지만 올해 다시 발생, 농민들의 속을 타들어가게 했다.

우선 폭염이 농민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피해면적이 2016년 14만㎡, 지난해 ‘없음’에 그쳤으나 올해 피해면적은 819만㎡(농가수 800여 곳)으로 급증했다. 지난 8월 양평군에서 최고 기온이 40도를 돌파하는 등 도내 농지가 ‘용광로’를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더위 속에서 인삼, 복숭아 등 취약 농작물들이 고사했다. 더구나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가림막을 설치해도 햇빛을 받지 못한 농작물의 생육저하ㆍ착색불량이 발생,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013년 이후 경기지역을 휩쓴 폭우도 문제였다.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경기북부를 강타한 집중호우로 농지 50만㎡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도에 집계된 공공시설물 파손 규모도 7억 8천만 원(31건)에 달했다. 제방, 저수지, 농수로 등이 유실ㆍ파손되면서 도의 피해복구비 지원도 16억 원을 넘어섰다.

가뭄은 최근 3년간 꾸준히 피해 현황이 보고됐다. 2016년 논 623만㎡ㆍ밭 4천631만㎡, 지난해 논 678만㎡ㆍ밭 125만㎡, 올해 논 197만㎡ㆍ밭 474만㎡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뭄 피해는 일부 시ㆍ군에 집중, 농민을 더 허탈하게 만들었다. 화성에서만 논 98만㎡(전체 논 50%), 화성ㆍ포천ㆍ여주의 밭 306만㎡(전체 밭 65%) 등의 피해가 확인됐다.

끝으로 멧돼지, 고라니 등의 유해조수 11만여 마리가 3년간 농지를 뒤집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수치도 2016년 2만 1천여 마리, 지난해 4만 8천여 마리, 올해 9월 말 기준 4만 1천여 마리 등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최근 3년간 까치(5만 2천여 마리)가 가장 큰 비중을 보였으며 고라니(3만 6천여 마리), 멧돼지(1만 1천여 마리) 순이었다. 이에 대한 피해ㆍ포획보상금 등 예산지원만 21억여 원이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가뭄 대비 양수장ㆍ관정 설치, 수해 대비 배수개선 지속 등 대책을 실시 중이지만 자연의 힘 앞에서 한계가 있다”며 “예측이 어려운 자연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을 위해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등을 독려, 충분한 지원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승구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