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폭설에 갇힌 버스 안에서 17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어떨까. 그것도 모처럼 떠난 해외여행에서 이런 일을 겪었다면 어떨까.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10월2일 오후 6시쯤, 캐나다 캔모어에서 캘거리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다.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폭설로 고립됐다. 버스에는 1인당 425만 원을 부담하고 여행 온 모두투어 여행객 36명이 있었다. 관광객들이 겪었을 공포심, 수치심, 추위가 불 보듯 하다.
고립 이후 여행 일정도 엉망이 됐다. 하룻밤 머물 예정이었던 퀘벡 대신 토론토로 변경했다. 이쯤 되면 당연히 제기되는 게 여행사 측의 사과와 보상이다. 그런데 모두투어의 태도가 이해하기 어렵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어 보인다. “갑작스런 폭설 때문에 늦어진 것”이라며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였다고 주장한다. 제시한 보상금액도 터무니없다. 일부 식사비와 시설 입장료라며 1인당 3만8천 원을 내놨다.
피해를 입은 여행객들의 증언은 이렇다. 전날부터 눈이 많이 내렸다고 한다. 일부 관광객이 ‘날씨 상황을 확인해 달라’ ‘일정을 재조정하자’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전문가가 아닌 여행객들조차 우려할 정도의 악천후였다는 얘기다. 이런데도 여행사는 ‘괜찮다’며 일정을 강행했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여행사의 판단 실수이자 밀어붙이기가 원인 중 하나였음이 분명해 보인다. 당연히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에 나서는 게 도리에 맞다.
물론 폭설 피해가 아주 없던 일은 아니다. 모두투어 아니라도 있을 수 있는 사고다. 보상비 논란도 간간이 접할 수 있는 마찰이다. 안타까운 건 모두투어의 계속되는 잡음이다. 불과 다섯 달 여전, 상상하기도 어려운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필리핀 현지 가이드에 의한 여행객 어린이 성추행 의혹이다. 그때도 모두투어는 책임 인정에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민원을 제기됐었다.
모두투어가 어떤 회사인가. 2017년 매출 순위에서 843억 원으로 업계 3위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올 4월 밝힌 여행사 브랜드평판 조사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어느 모로 보나 국내 여행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여행사다. 이런 명성에 도무지 맞지 않은 일들이다. 폭설 피해를 취재하는 본보 기자에도 모두투어 책임자는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됐으니 그 결과에 따라 보상하겠다”고 했다. ‘법대로 하겠다’는 소리다.
한국 최고의 여행사의 고객 서비스 정신이 이것밖에 안 되나. 이런 회사가 관광 한국의 간판 기업이라 여겨지고 있나. 폭설 피해 여행객들은 버스 연료를 아끼려고 시동 끄기와 켜기를 반복하며 17시간을 버텼다고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