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20대 여성이 ‘미투(Me Too)’ 운동에 용기를 내 15년 전 악몽 같은 기억을 남겨준 가해자를 고발, 법의 심판대에서 죄를 물었다.
A씨(24ㆍ여)는 ‘미투’ 운동이 확산한 올해 초 그동안 잊으려고 노력했던 15년 전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 2003년 6월의 어느 날 당시 A씨의 어머니와 교제하던 B씨(48ㆍ남)는 9살에 불과한 A씨를 모텔로 데려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B씨는 이듬해 1월에도 A씨에게 악행을 저질렀다. 당시 너무 어렸던 A씨는 자신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인지하지도 못했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못했다.
시간이 흘러 미투 운동을 접한 A씨는 용기를 내 뒤늦게나마 B씨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지도록 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용기를 내 처음 찾아간 대학 상담기관은 A씨에게 “고소 기간이 지나서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명예훼손처럼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는 통상적으로 고소 기간이 6개월이다. 친고죄로 분류됐던 성범죄에 대해서는 고소 기간을 1년으로 두는 특례규정이 있었는데, 해당 조항은 지난 2013년 4월 삭제됐다. 성범죄를 친고죄에서 아예 제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교내 상담기관의 잘못된 안내에 실망했던 A씨는 이후 B씨도 처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선 검찰에 직접 고소장을 냈다. A씨의 고소로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범행 이후 지방의 한 법원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B씨는 올해 8월 재판에 넘겨지면서 직위 해제됐다. 그는 검찰에서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 과정에서 결국 잘못을 인정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김병찬 부장판사)는 2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9∼10세이던 아동을 대상으로 범행해 죄질이 나쁘다”며 “다만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고 사건 특성상 목격자나 뚜렷한 증거가 없었지만,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기소하기로 했고 결국 B씨도 자신의 잘못을 털어놨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법정형인 범행 당시 법으로 처벌받았지만, 지금 B씨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징역 5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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