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11월1일부터 지상·해상·공중 완충구역에서 포사격과 기동훈련, 정찰비행 등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했다. ‘9·19 군사합의서’ 이행에 따른 것이다. 남북은 군사합의서를 통해 군사적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협의 해결하며,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방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남북은 지상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5㎞ 안의 구역에서는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부대의 야외기동훈련을 하지 못한다. 해상은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에서 북측 남포 인근 초도 이남까지 135㎞를 해상 적대행위 중단 수역(완충수역)으로 설정했다. 이 수역에선 해안포의 포문을 폐쇄하도록 했다. 해상 완충수역에선 해안포와 K-9 자주포 등 쌍방의 각종 포 사격훈련과 함정 기동훈련도 각각 중지됐다. 이 수역의 함정은 포구와 포신에 덮개를 씌우도록 했다. 군은 덮개를 제작해 설치했고, 백령·연평도의 모든 해안포 포문을 폐쇄했다. 공중에선 서부지역의 경우 MDL에서 20㎞, 동부지역은 40㎞ 안의 지역에서 정찰기와 전투기 비행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공중 완충구역에선 전투기의 공대지 유도무기 사격 등 실탄을 동반한 전술훈련도 금지된다.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 간의 긴장이 해소된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했다. 군사분계선 반경 5㎞ 내에서 포사격과 기동 훈련이 금지되면서 그 구역에 있던 사격장들이 파주 무건리로 집중된 것이다. 현재 5㎞ 내 사격장은 경기도의 스토리사격장(파주시)과 적거리사격장(연천군), 강원도의 천미리사격장(양구군), 칠성사격장(화천군), 송지호사격장(고성군) 등 5곳이다. 이들 사격장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7㎞가량 떨어진 무건리사격장으로 옮겨 훈련을 하면서 무건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백령도ㆍ연평도 7개 중대도 연 1회 무건리에서 훈련할 예정이라 한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심각한 소음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포사격 훈련이 급격히 늘면서 인근 파주 법원읍ㆍ양주 광적면 주민들은 귀를 막고 밤을 지새는 상황이다. 밤낮없이 계속되는 포성에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소음 피해 민원을 쏟아내지만 파주시는 난감하다는 입장이고, 국방부도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남북이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한 건 온국민이 환영할 일이다. 국방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군사 훈련도 필요하다. 하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고통을 겪게 해선 안된다. 국방부는 대체 훈련장 확보 등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파주시, 경기도, 지역 정치인 등도 나서서 정부와 협의하고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 안보 문제라며 계속 희생과 고통을 계속 강요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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