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기관이 하고, 벌금은 경기도가 내고”…도민 혈세 엉뚱하게 낭비

▲ 경기도청전경

경기도 산하기관 중 절반가량이 장애인 의무고용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하기관이 의무고용 미이행시 정부에 내는 부담금이 도의 예산으로부터 지출돼 엉뚱하게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2일 도에 따르면 올해(지난 9월 기준)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에 포함된 도내 산하기관 19곳 중 9곳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규정하는 장애인 의무고용률 3.2%를 채우지 못했다.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은 상시근무자(주 60시간 이상 근무)가 50인 이상인 곳이며, 전체 도 산하기관 25곳 중 19곳만이 포함된다.

올해 의무고용 미이행 기관 9곳 중 경기테크노파크와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장애인을 1명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연구원 등은 3년 연속 법정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했다. 이 같은 의무고용 미이행 기관의 추이는 지난해(8곳)와 2016년(10곳)에도 비슷했다.

더 큰 문제는 산하기관의 의무고용 미이행에 따른 벌금이 매년 1억 원가량 도민 혈세로 집행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한 산하기관들은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에 미달하는 수에 따라 일종의 벌금인 장애인고용부담금을 고용노동부에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도는 산하기관의 공공운영비 명목으로 자체 예산을 편성, 1억여 원의 도민 혈세를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도 산하기관의 올해 부담금(지난해 의무고용률 미이행에 따른)은 9천500만여 원, 지난해 부담금은 1억 3천100만여 원이었다.

이에 따라 도 집행부 차원에서 자체적인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각각의 기관으로부터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받아 장애인 고용을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도내 대부분의 산하기관이 재정자립도가 약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부담금을 도에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여러 지표를 통해 보이듯이 산하기관들의 장애인 채용이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장애인 고용에 따른 경영평가 점수를 현 0.75점에서 1점으로 늘리는 한편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하지 못한 기관의 CEO 성과급을 적게 지급하는 등 벌칙 강화도 검토하겠다. 도내 산하기관들이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자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은 사업주는 매년 1월 1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사업체 본사가 속한 지역의 담당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지사(고용노동부 산하)에 부담금을 신고ㆍ납부해야 한다. 공단은 부담금을 기반으로 적합인력 추천 및 고용모델 마련, 맞춤훈련 등 고용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승구ㆍ김태희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