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인상하면서 1천5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비상등이 켜졌다. 경기불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시름도 깊어질 전망이다.
2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태평로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긴축으로 통화정책 방향을 틀고 1년 만에 두 번째 인상으로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와 부동산 시장 폭등, 미국 금리 인상 등이 압박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낮추기 위함이 금리 인상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지만 이미 대출을 받은 사람 입장에선 금리 인상이 상당한 부담 증가 요인이 됐다.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가계신용(가계가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을 합친 통계)은 1천514조 4천억 원이다. 작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6.7%로 같은 기간 가구원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명목 소득 증가율(4.6%)보다 높다.
가계신용 증가세가 소득보다 빠르다는 것은 가계부채 부담이 여전히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은 총 2조 5천억 원가량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앞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부채 고위험가구가 34만 6천 가구(3.1%)에서 38만 8천 가구(3.5%)로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경기 침체에 특히 취약한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올해 7% 수준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영업대출은 2분기 기준으로 1년 전 대비 15.6% 증가했다. 또 2금융권에서 자영업대출이 많이 나간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더 취약한 상황에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중소 제조업이 심한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자금 경색을 겪는 기업들의 줄도산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내수 부진으로 생산과 설비투자 감소, 부실 채권 증가 등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며 “부실 위험이 커지면 채권 회수 부진, 은행 대출요건 강화 등이 더해지면서 중소기업들이 더 큰 어려움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금리 0.25%포인트가 취약차주에게는 상당히 크게 다가올 수 있다”면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 차주는 내수경기가 꺾여 소득이 줄어드는 와중에 이자 부담이 커지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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