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명확해야 조사 진행돼
올 신고 0건… 시스템 개선 시급
인천시가 지난 3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파장 이후에도 익명으로 신고된 성 관련 사건은 아예 조사하지 않는 등 관리시스템 강화에 손을 놓고있다.
4일 시에 따르면 행정포털 내 성희롱 고충신고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익명으로 접수된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조사는 비효율적이며 고충처리 지침에도 피해당사자가 직접 신고를 해야 진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실명으로만 글을 작성할 수 있었던 기존 시스템을 익명으로도 가능하도록 바꿨지만, 익명 신고 사건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2018년 신고 건수가 0건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피해자가 익명으로 신고해도 이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과 실명으로 신고했을 때 신상정보 노출에 대해 철저하게 보호할 수 있는 별도의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신고 시스템은 바꿨지만 사실상 근본 체계는 그대로인 것이다.
시의 한 공무원은 “익명으로 접수하고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더라도 활용도가 낮은 이유는 혹시 모를 신상 노출과 사회적 압박 등 부당한 처우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는 전담 상담사를 두고 피해자 신원을 보호하는 조건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피해자가 신고접수하면 여성가족국 국장·내부공무원·외부상담사·감사관실 직원 등으로 구성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를 연다. 그 결과에 따라 가해자에 대해 인사상 조치를 원하면 인사과에, 신분조치를 원하면 감사실로 통보해 조사가 진행된다.
이는 시 교육청이 핫라인(HOT-LINE)을 통한 실명 신고는 물론, 익명의 신고에 대해서도 감사관실이 조사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또 시와 같은 고충상담 창구를 운용하는 관광공사·도시공사·교통공사·환경공단·시설공단 등이 모두 익명으로 접수된 건에 대해 조사 체계를 수립한 것과도 비교된다.
이에 대해 인천여성의전화 관계자는 “피해자가 성희롱 관련 신고글을 올렸음에도 익명이라는 이유로 조사 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시가 내부 제도를 개선해 현실에 맞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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