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지역화폐, 걱정되는 카드형
경기도, 내년 3월부터 1조6천억 규모 전면시행
백화점 등 사용 제한 전통시장·골목상권 활성화 기대
카드 결제… 영세상인, 수수료 부담·단말기 미비 우려
경기도가 내년부터 1조 6천억 원대 규모의 지역화폐를 본격 시행하는 가운데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복덩이’가 될지 아니면 위험요소를 간직한 ‘시한폭탄’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는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정책 수혜자로 책정된 소상공인들이 카드 수수료 부담ㆍ무점포 상인 소외 등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도에 따르면 도는 내년 3월부터 카드형 지역화폐를 발행하고자 이달부터 플랫폼 사업자 공모를 진행 중이다. 도의 지역화폐 사업은 시ㆍ군이 시행하고 도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당장 내년에만 4천962억 원 상당의 지역화폐가 발행, 2022년까지 총 발행 규모는 1조 5천90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역화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유흥업소 등에서는 사용이 제한되고 각 시ㆍ군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소재한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도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활성화, 지역경제 활력 등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수혜 대상자인 상인들 사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카드 결제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전가 우려 및 단말기 없는 영세상인 소외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충환 경기상인연합회장은 “지역화폐가 카드형으로 일괄 추진되면 무점포 상인, 5일장 상인 등 카드 단말기를 갖추지 못한 이들은 오히려 차별을 받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원래 정책의 취지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대형카드사 몇 곳이 입찰을 적극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자사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 높은 가맹점 수수료로 수익 확보에 나설 것”이라며 “결국 수수료 부담은 도내 소상공인들에게 전가된다”고 성토했다. 다만 지목된 A 카드사 관계자는 “도에서 처음 시행하는 정책인 만큼 당연히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것”이라며 “입찰 참여 여부와 관련해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컨트롤 타워가 없는 상태에서 정책을 지나치게 빨리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병덕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막대한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시범사업 한 번 없이 내년에 일괄적으로 추진된다”며 “컨트롤 타워인 경기도지역화폐센터가 내년 하반기 설립된다는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천천히 정책을 추진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및 단말기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다만 시ㆍ군과 장기적이고 신중한 협의가 필요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기존 지자체에서 지역화폐 정책의 성공을 확인한 만큼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승구ㆍ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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