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세상을 떠난 신영복 교수의 마지막 저서 ‘담론’에 맹자의 ‘이양역지(以羊易之)’에 대한 해석이 나온다.
제나라 선왕(宣王)이 제물로 끌려가는 소가 너무 불쌍해 살려주고 소 대신 양으로 바꾸라고 했는데 왜 그랬을까? 그것은 선왕이 끌려가는 눈물 흘리는 소는 보았지만 양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는 ‘소 대신 양’으로 바뀌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 온다는 내용으로 요약됐다.
우리들 생활속에서도 그리고 정치를 하는데도 보이는 것만 선택하여 보이지 않는 것으로 바뀌는 ‘이양역지(以羊易之)’의 현상을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얻는 이득도 있고 손실도 있다.
한 공무원 퇴직자는 연금으로 빠듯하게 생활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그의 삶이 확 달라졌다. 골프도 치고 심심찮게 외국여행도 떠나는 등 활기가 넘친다. 시골에 있는 밭에다 태양광 전기시설을 했는데 그것이 효자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다른 퇴직자는 태양광이 노후생활에 좋다는 말만 듣고 빚을 얻어 땅을 샀는데 여러 절차가 비용을 초과하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
요즘 이렇게 지방에는 태양광 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심지어 새만금에도 태양광 1천만개를 세운다는 것이고 저수지 3천400개에도 추진 대상이 되고 있다.
산과 바다, 저수지…이러다간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거북이 등 같은 판넬로 덮일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여의도의 9배에 달하는 면적이 태양광 전기생산을 위해 제공됐고 저수지와 호수를 덮은 발전시설은 수중환경파괴, 심지어 카드륨이나 수은 등 발암물질 오염으로 국민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수십년 소나무가 무차별 베어지고 이로인한 산사태나 홍수시 토사범람을 걱정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주민들의 반발이 터져 나오는 곳도 있다.
이 모든 것이 ‘탈원전’정책에 따른 재생에너지사업 때문에 일어 나는 것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육성을 위해 2026년까지 8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이니 이제 원자력의 자리에 재생에너지가 차지할 것이다. 이것을 바라보는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국원자력학회와 에너지합리화추구 교수협의회가 최근 국민 1천명을 상대로 원자력 발전 찬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69.5%가 찬성했고 반대는 25.0%로 나타났다는 보도다. 그러니까 국민 대다수는 원자력 발전에 찬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주인이고 그 뜻을 존중한다면 정부가 선택할 카드는 분명하지 않을까.
우리만 원자력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을 포기하겠다며 국민투표에 붙인 대만. 그러나 국민들은 원자력을 선택했으며, 2차대전때 원자탄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일본이나 미국, 영국 등에서도 가장 값싸고 깨끗한 청정 에너지로서 원자력 발전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영국 같은 나라는 장기간 원자력발전소를 짓지 않고 있다가 15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막상 원전건설을 하려니 전문인력이 없어 외국에 의존해야 할 딱한 형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벌써 대학의 원자력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맹자의 ‘이양역지(以羊易之)’를 생각해 봤으면 어떨까? ‘탈원전’을 국민투표로 부결시킨 대만의 경우도 타산지석이 되지 않을까.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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