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_반월·시화공단을 가다] ‘문닫는 공장’ 급매↑… ‘산업 메카’ 옛말, 이젠 ‘위기의 땅’

곳곳에 “공장팝니다” 현수막 매물은 늘고 살 사람은 없어
폐업·인건비 부담 동남아行 공단 공동화 현상 속수무책

최근 국내 제조업의 불황으로 공장을 정리하거나 매각하는 업체가 늘어난 가운데 4일 안산시 단원구의 한 공장이 폐업한 채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조태형기자
최근 국내 제조업의 불황으로 공장을 정리하거나 매각하는 업체가 늘어난 가운데 4일 안산시 단원구의 한 공장이 폐업한 채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조태형기자

4일 오후 2시께 안산시 단원구 반월국가산업단지의 한 공장건물. 3천625㎡ 규모에 4층짜리 건물은 한눈에 봐도 오랜 기간 방치된 것으로 보였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깨져 있는 창문도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에는 공장에 쓰이던 것으로 보이는 물품들이 천막과 노끈에 묶인 채 쌓여 있다. 이 공장은 오래전 부도로 완전히 멈췄고, 지난해 4월 경매에 나왔지만 아직 낙찰되지 않았다. 이 건물의 바로 옆 공장에도 ‘현위치 매매’라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건물 상단에 걸려 있었다.

반월산업단지 내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공장 매물은 꾸준히 나오는데 사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며 “공단에 공장이 아닌 사람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자들에 따르면 1천600㎡ 크기에 공장 기준, 3.3㎡당 550만~600만 원이었던 부지 가격이 지금은 450만~500만 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많게는 100만 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시화국가산업단지에서 가업을 물려받아 식품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A 대표도 공장 매매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A 대표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크게 인상한다고 했을 때부터 비교적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 쪽으로 공장을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며 “건실한 업체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공장도 힘든 상황은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도내 최대 규모이자 제조업 중심지인 반월ㆍ시화산업단지가 공장 매물이 나와도 팔리지가 않는 등 침체기를 맞고 있다. 공장을 정리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창업과 사업 확장을 위해 구매하는 사람들이 급감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경매조사기관 공장경매전문연구소의 경기도권 공장경매 통계를 보면 올해 도내 공장 경매 건수 1천351건이며 이중 낙찰 건수는 400건으로 29.61%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포천시의 한 공장은 6차례 이상 유찰돼 감정가의 49%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 공장은 아직도 매입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현상으로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의 7월 기준 평균 공장 가동률은 70.4%와 73.1%로 전국 산업단지 평균 공장 가동률인 80.8%에도 밑도는 수준이다. 두 산단의 지난 2016년 7월 공장 가동률은 79.4%, 84.2%로 2년 새 10%가량 감소한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노후화된 산업단지인 반월ㆍ시화공단에 젊은 노동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노동력 부족 현상과 대기업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휴대폰, 자동차 부품 생산량이 감소함으로써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진단했다.

권혁준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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