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예산 편성권한이 없는데 불구하고 ‘정책보좌관’ 채용예산안 8억여 원을 신규로 증액 편성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인천시의원들이 자신들을 위한 정책보좌관 채용예산안을 시 집행부를 거치지 않고 운영위원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직접 ‘셀프 편성’한 것으로 현행 지방자치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서는 편성권은 집행부가 가지며 편성된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심의권만 의회가 가진다. 따라서 신규예산을 증액 편성 의결하고자 시 집행부의 협조와 동의가 필수적인 절차이다. 아무리 예산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시 집행부를 견제하는 의회에서는 절차를 무시하는 편법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인천시의회의 처사는 비판받아 마땅하고 최종 예산의 확정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편법으로 운용한 사례를 악용한 것으로 나쁜 선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특히 경기도 등의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도 이러한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하고 의회가 임의로 예산을 편성하는 일이 없도록 강력히 경고하였던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인천시의회는 정책보좌관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을 앞둔 시점에서 사전에 미리 인건비를 편성한다는 해명을 하고 있으나 그 설득력이 약하다. 관련 법률인 지방자치법이 입법예고 중이며 법률이 확정 공포된 후 시행과 채용절차를 거치게 되면 실제 시행은 1년 이상이 소요되어 내년에 실제 집행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내년 중에 법률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추경예산을 등을 통해서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법률과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설득이 곤란하다.
이러한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는 월권적인 인천시의회의 ‘셀프 예산 편성’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치분권시대에 역행하는 처사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필수적인 것은 지방의회의 역량강화에 따른 자율성과 책임성의 확대이다. 권한을 지방으로 대폭 이양하여 자율권을 확대하고 책임을 강화하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과유불급이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나머지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거나 월권하는 것은 진정한 자치분권이 아니며 주민주권을 빙자한 의회주권의 독선으로 나타난다. 새로운 자치분권시대 걸맞게 의회구성원 스스로 자치역량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더 높은 윤리의식을 고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스스로 전문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은 조화롭지 못한 사치에 불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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