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선 도둑 눈총, 안에선 정리해고… 벼랑 끝 유아교사들

도내 사립유치원, 경영난·건강상 이유 폐원 통보 잇따라
비리 유치원 사태 애먼 교사들만 피해… 구제 대책 시급

“밖에선 돈 훔친 도둑 취급, 안에선 경영난에 쫓겨나는 인사정리 대상… 사립유치원 선생님들은 엄동설한에 더 쌀쌀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을 바라보는 따가운 눈총이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경기도 내 일부 사립유치원이 재정난에 못 이겨 ‘구조 조정’에 나서면서 교사들에게 잇따른 ‘해고 통보’를 전하고 있다.

11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사립유치원 중 각 지역 교육지원청에 폐원 신청서를 제출하거나, 학부모에게 폐원을 통보한 곳은 15곳. 약 1천여 명의 원아가 재학 중인 이들 유치원은 대부분 ‘원아 감소로 인한 재정난’ 또는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유치원 운영을 멈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교육청은 유아 배치 계획 및 학부모 동의서 미비 등의 이유로 폐원 신청 일부를 반려했고, 나머지 신청에 대해선 서류보완을 요청하거나 검토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폐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학부모에게 폐원 뜻을 미처 밝히지 못한 채 ‘폐업 길’에 들어서고 있는 사립유치원도 상당수로 보인다.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안성의 A 유치원은 최근 ‘사립유치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여파로 원생이 급격히 줄어들어 폐원을 고려하는 중이다. A 유치원은 인원수가 크게 감소한 학급들을 서로 합쳐 하나의 학급으로 운영하고, 결국 줄어든 학급만큼 교사에게 해고 통보를 전했다.

A 유치원 관계자는 “단지 ‘사립유치원’이라는 이유로 원아들의 출석률이 낮아져 운영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어느 교사도 퇴사를 원치 않았지만 수업을 담당하던 학급이 사라졌으니 직장을 잃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비리 유치원’ 명단에 오른 곳도 원생이 대폭 줄어 인사정리가 예고되긴 마찬가지다. 실제 수원의 B 유치원은 280여 명이던 원생이 최근 130여 명까지 급감했다.

B 유치원의 인사정리 대상인 교사 C씨(29ㆍ여)는 “어딜 가도 외부에서 손가락질하기 때문에 유치원을 더이상 운영할 수 없다며 그만 출근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면서 “학부모들의 속상한 마음을 십분 통감하지만 아무런 죄 없는 교사도 함께 피해보긴 마찬가지라 속사하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비리 사건에 대한 피해를 일선 교사들까지 입게 돼 매우 안타깝다”며 “사립유치원이 폐업해 교육부가 매입할 경우 유치원장은 ‘구제’를 받게 되지만, 지금처럼 ‘폐업 전 해고’를 당한 교사 등 직원에 대한 구제 방법은 없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향후 모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연우ㆍ이상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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