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수관 잇단 파열, 또 어디서 터질지 불안하다

지난 4일 펄펄 끓는 물이 도로 위로 솟구쳐 사망자까지 발생했던 고양 백석역 온수관 파열과 비슷한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와 경기 안산시 고잔동에서 또 온수관 파열 사고가 발생해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목동아파트에선 지름 200㎜ 온수관이 파열돼 일대 1천882 가구에 17시간여 동안 온수와 난방 공급이 끊겼다. 파열된 온수관은 1985년에 매설, 노후화돼 누수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저녁 고잔동에서도 온수관이 파열돼 1천137 가구에 온수와 난방 공급이 중단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한밤중에 핫팩과 전기장판으로 추위를 견디는 등 주민 불편이 컸다. 해당 온수관은 2002년 고잔신도시 조성 당시 매설된 것으로, 배관 외부 피복이 벗겨져 장기간 부식이 진행되며 파열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백석역 열수송관 누수 참사를 계기로 20년 이상된 전국의 열수송관 686㎞를 긴급점검한 결과, 이상징후가 나타난 곳이 203곳에 달했다. 그중 지열차가 커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어 보인 지점이 16곳이었다. 강남과 고양ㆍ분당 같은 1기 신도시, 수원 등에서도 발견됐다. 언제 어디서 뜨거운 물이 솟구쳐 황당한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난방공사는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지점에 대해서 바로 굴착을 통해 전량 보수하거나 교체해야 한다. 이상징후가 나타난 곳에 대해서도 정밀진단을 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난방공사는 13일 백석역 사고는 1991년 매설된 열수송관 연결구간의 용접부 덮개가 파열된 게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총 443개 지점에 이 같은 연결구간 용접부가 있으며 약 80%가 수도권에 있다. 이 지점들에 대해서도 모두 보강, 교체를 서둘러야 한다.

난방공사는 백석역 사고 구간의 위험도를 알고 있었는데도 조치를 않는 등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 사고 구간은 기대수명 40년보다 7년을 더 사용했다. 수명을 다한 위험 구간임을 인지해 바로 교체 공사를 했더라면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안전사고는 기본을 지키지 않거나 사소한 것을 방치할 때 일어난다.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당장 조치해야 한다.

12일 일어난 목동과 고잔동 온수관 파열은 난방공사 관할이 아니다. 위험 징후가 있거나 시공한지 오래된 온수관에 대해선 관할 여부를 떠나 정밀진단을 하고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30년 안팎 된 낡은 온수관들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수관뿐 아니라 묻은 지 오래된 전국 곳곳의 통신망ㆍ가스망 등의 배관시설도 안전점검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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