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기숙사 놓고… 여주 세종고-학부모 ‘갈등 불씨’

학교 “연기감지기·바닥난방 등 전문공사… 1년간 폐쇄”
학부모 “원거리 통학생 어쩌라고… 방학 내 완료” 입장差

여주에 있는 기숙형 공립고등학교가 최근 기숙사 화재로 인해 1년간 ‘잠정 폐쇄’를 논의, 타지역에서 장거리 통학 중인 학생과 학부모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16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5일 새벽 5시30분께 여주 세종고등학교 기숙사 209호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은 기숙사 내 전기난방필름이 과열돼 가로, 세로 20㎝의 바닥장판이 타면서 시작됐다.

당시 209호에 묵고 있던 1학년 남학생들은 화재 연기로 잠에서 깨 소화기를 이용, 자체적인 진화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기숙사생 44명 중 3명의 학생이 약 30분가량 연기를 흡입해 기침과 호흡에 불편을 호소하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이틀이 지난 7일께 여주 세종고는 학부모들과의 면담 자리를 갖고 ▲기숙사 각 실 기존 열 감지기 외 연기 감지기 추가 설치 ▲기숙사 바닥난방 교체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기간은 약 1년 정도가 예상된다”며 “그동안 기숙사를 잠정적으로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방학내 보수 공사가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경기도 외 타 시ㆍ도에 거주지를 두고 있거나, 혹은 경기도 내 다른 시ㆍ군에 사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당장 학교를 다니는 데 차질이 빚어진다는 이유다.

남양주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학교 근처에 일시적으로 원룸을 얻어주는 식의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1년간 기숙사를 닫겠다고 하니 그저 막막하다”며 “학생을 위한 시설이면 적어도 개학 시즌에는 이용이 가능하게끔 손을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드는데 교육청으로부터 긴급 보조금을 받아서라도 빠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학교는 지난 11일 여주시, 여주교육지원청 등을 만나 대책을 모색했다. 다만 공사를 방학 내 마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주 세종고 관계자는 “기숙사 시설 개선에 대한 지원을 확답받아 공사 기간을 앞당기도록 하겠다. 내년 2월까지는 설계 및 업체를 선정하고 3~4월 동안 시공에 나서 5월부터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하지만 방학 내 마무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급하다고 서두르다 보면 사고가 날 수 있다. 학생 안전에 직결된 부분인 만큼 신중하고 전문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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