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예산 10조원대’ 억지로 써야 할 판

내수 진작·일자리 위한 ‘정부의 지방재정 신속집행제도’
미집행땐 페널티… 道 의지 관계없이 상반기 집중 편성
사업 건전성·부실공사 등 우려… 道 “문제 파악해 건의”

▲ 경기도청 전경
▲ 경기도청 전경

10조 원대 규모의 경기도 예산이 정부의 ‘패널티 부과’ 등에 따른 눈치보기에 제대로 된 집행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신속집행제도에 따라 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년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이 상반기에 집중, 사업의 ‘목적’보다 ‘속도’에 초점이 맞춰져 사업 건전성 하락과 부실공사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16일 경기도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와 기획재정부는 지방재정 신속집행제도에 따라 내년 1월께 지방재정 신속집행액 규모(편성 비중 및 집행 목표율)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방재정 신속집행제도는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처음 시행됐으며, 내수 진작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상반기에 지방재정을 집중하는 것이다. 행안부는 각 지자체ㆍ공기업을 대상으로 전체 예산 대비 편성 비중과 이에 대한 집행 목표율을 전달한다.

앞서 도는 올해 예산 21조 9천 700억여 원 중 신속집행 대상액으로 16조 4천700억여 원을 편성했으며, 이 중 10조 900억여 원을 집행했다. 신속집행 대상액에는 인건비, 사무관리비 등 고정 지출 항목이 제외되기 때문에 활용 가능한 예산 중 75%가 상반기에 몰아서 편성된 것이다. 올해 신속집행 대상액 비중과 내년도 예산안(24조 3천억여 원)을 토대로 내년도 신속집행액 규모를 계산시 20조여 원이 편성되고 12조여 원이 집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내수 진작 등 정부가 기대하는 긍정적 취지와 달리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예산을 상반기 내 집행하게끔 몰면서 사업 건전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SOC 사업에서는 공사 기간에 영향을 주면서 부실 설계ㆍ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전국의 지자체ㆍ기관에 일률적으로 지방재정 신속집행액 규모를 부과하는 것도 문제다. 올해 신속집행액 규모는 광역시ㆍ도 58%, 시ㆍ군ㆍ구ㆍ지방공기업 55.5% 등으로 일괄 적용됐다. 그러나 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예산을 편성ㆍ집행하고 있다. 행안부 차원에서 집행 목표율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 지자체장 문책 등 간접적인 벌칙을 부여, 사실상 제도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지난달 열린 경기도의회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지방재정 신속집행제도를 개선해달라는 도의원의 요청에 대해 “지적한 부분에 대해 공감한다. 지자체 의견수렴을 거쳐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신속집행제도가 도내에 미친 영향을 자세히 진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6월 말께 연구용역이 완료되면 파악된 문제점을 행안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재정 신속집행제도에 대한 각 지자체의 건의 사항을 접수하고 있다”며 “지속적인 제도 개선에 힘써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승구ㆍ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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