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참모진의 각성 필요하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근 국회운영위원회에서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불법 사찰 의혹 등에 대해 예상대로 대부분을 부인했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며 이번 사건을 ‘삼인성호(三人成虎)에 비유했다. 의혹 제기 자체를 허구로 몰아간 것이다.

김태우 수사관이 지휘계통을 통해 보고한 문건 목록에는 민간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 사찰 증거가 널려 있다. 청와대는 지시한 적도 없고 읽어보지도 않았다고 주장한다. 검찰에 고발됐으나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늘 그랬듯이 여론과 시간이 진실을 가려낼 것이다.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와 함께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 지시와 적자국채 발행을 강요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유튜브 발언도 연일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조국 수석의 행태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 교수 시절 했던 발언과 정반대이고 책임을 아예 회피하는 태도가 진실 여부를 떠나 비겁하기 짝이 없다.

조 수석은 환경부가 만든 산하기관 임원 동향 파악 문건이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고 말했는데 한마디로 궤변이다. 해당 문건에는 임원들 임기·사퇴 반발 여부뿐 아니라 ‘전 정권 경제수석이 임명에 도움’ 등 개인 뒷조사 내용까지 담겨 있다.

이번 폭로 내용에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해석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으나 전부 거짓말이라고 덮기에는 중대한 사안이고 구체적인 정황들이 너무 많다. 이른바 지금 적폐 수사의 반이라도 신경을 쓴다면 금방 밝혀질 내용들이다.

곡학아세(曲學阿世)라는 많이 알려진 고사성어가 있다. 그대로 풀자면 ‘학문을 굽히어 세상에 아첨한다’는 뜻인데 중국 한나라 때 원고생(轅固生)이라는 사람이 공손홍(公孫弘)에게 “자신이 믿는 학설을 굽혀 이 세상 속물들에게 아첨해서는 안 되네”라고 말한 데서 비롯된다.

전부는 아니지만 교수 출신들이 정부에 들어와 섣부른 경험과 탁상공론으로 일을 망치고 사과 한마디 없이 뻔뻔하게 행동하는 일을 자주 본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검증되지도 않은 이론으로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다 쫓겨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표적 예다.

조국 수석도 그 길을 가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의 교수 출신이라 하더라도 정부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이상 거기에 걸맞은 능력과 책임감을 보여야 마땅하다. 이번 민정수석실의 의혹사건을 단순 ‘미꾸라지’의 일탈로 넘어가려 할 것이 아니라 사실은 사실대로, 거짓은 거짓대로 구분해서 처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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