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성매매업소 집결지 가보니] 좁은 창문·가연성 외장재… 화재 난 천호동과 판박이

대부분 30~40년된 낡은 건물 슬래브·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지어
화재땐 대형참사 불보듯… 무분별한 난방용품 사용도 위험천만

최근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천호동의 성매매업소 화재 사건과 관련해, 수원역 인근 집창촌의 화재 안전 문제가 재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밤 각종 난방 용품을 가동하며 영업을 하고 있는 수원역 집창촌의 한 성매매업소. 조태형기자
최근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천호동의 성매매업소 화재 사건과 관련해, 수원역 인근 집창촌의 화재 안전 문제가 재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밤 각종 난방 용품을 가동하며 영업을 하고 있는 수원역 집창촌의 한 성매매업소. 조태형기자

최근 서울 천호동의 성매매 업소 집결지에서 불이 나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운데 수원역 인근 집창촌 역시 가연성 노후 건물에 안전불감증 행위까지 겹치며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밤 찾은 수원역 인근의 성매매 업소 집결지.

도로 양옆으로 성매매 업소가 밀집된 덕영대로 895번길을 통과하자 건물 1층 유리문 앞에 앉아 있는 여성들이 유리문을 두드리거나,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는 등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이었다. 화려한 조명과 여성들이 자리한 1층이 아닌 건물의 위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화재에 취약한 요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영업장이 30~40년 전 지어진 건물이어서 화재에 취약한 슬래브와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구성돼, 화재 발생 시 대형참사로 번질 수 있는 위험성도 높아 보였다.

집창촌 벽면에 붙은 전기간판 위에는 건물 밖으로 축 늘어진 채 피복이 벗겨진 전선 다발이 얽히고설킨 채 걸쳐져 있어 합선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와 함께 호객행위를 하기 위해 얇은 옷을 입은 채 방한이 제대로 되지 않는 유리문 앞에 대기해야 하는 여성 종사자들의 무분별한 난방용품 사용도 대형 화재의 단초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들은 합선 등으로 화재 발생 위험성이 높은 전기난방용품 여러 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물론 석유난로 위에 잡지 등을 올려놓는 안전 불감증 행위도 쉽게 발견됐다.

특히 집창촌 여성들이 거주하는 건물 상층부에 설치된 창문들은 폭이 1m도 채 되지 않아 화재가 발생 시 현실적으로 대피가 어려워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소방 관계자는 “수원역 성매매 업소 집결지의 경우 화재 발생 위험성이 높고, 불이 났을 때 대형참사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해 특별관리하고 있다”며 “한터전국연합 수원지부와 연계해 정기적으로 소방훈련도 시행하고 있고, 3~4분 거리의 매산119안전센터에서 상시 출동대비태세를 유지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곳은 지난 1960년대 초부터 성매매 업소가 하나 둘 입주하면서 집창촌으로 발전했다. 현재 90여 개의 업소에서 200명가량의 성매매 여성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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