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크리스마스… 서민들 얄팍해진 지갑 ‘집으로 직행’

남동구 로데오거리 성탄절 무색
한산한 거리… 캐럴마저 사라져
동인천역 북광장 찬바람만 쌩쌩
특수 실종… 상인들 잔인한 연말

“외출하면 사람도 많고 복잡해서 연말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요.”

성탄절과 송년회로 대표되는 연말 풍경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소박한 연말’로 변화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외식이나 모임 대신 집에서 즐기는 연말 신풍속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오후 1시께 인천 남동구 로데오 거리는 성탄절임에도 한산했다.

데이트를 나온 연인들과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 몇몇이 거리를 다닐 뿐 과거 떠들썩했던 성탄절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저작권 문제로 지난해부터 급격히 줄어든 번화가의 노랫소리도 자취를 감췄다.

일부 휴대전화 매장과 화장품점에서 간간이 가요가 흘러나올 뿐 성탄절 캐럴 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직장인 김수찬씨(31·미추홀구)는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왔는데 거리에 사람이 생각보다 더 없는 것 같다”며 “경제도 어렵고 먹고사는 게 팍팍하다 보니 확실히 예전 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15만여명이 방문한 화도진스케이트장은 문을 닫았다.

몇몇 상인들과 어르신들이 소소한 술판을 벌이고 있을 뿐 인적은 드물었다.

가라앉은 성탄절 분위기에 상인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편의점 직원 이상민씨(24)는 “지난해 아이스링크장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 매출에도 도움이 됐는데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얼어붙은 분위기에도 소박한 연말이라는 신풍속이 생겨나면서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24일 저녁 남동구와 부평구 번화가 일대에 있는 유명 제과점에는 케이크를 사려고 줄을 선 손님들이 길게 늘어섰다.

가족들과 대형마트를 찾은 조연우씨(41)는 “아내, 아이들과 함께 저녁에 크리스마스 분위기 좀 내려고 조그마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음식을 구매했다”며 “예전에는 연말 하면 무조건 송년회나 각종 모임이었는데 요즘은 직장동료를 봐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재홍·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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