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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성공 열쇠는] 3. 자족도시 구현
경제 3기 신도시 성공 열쇠는

[3기 신도시 성공 열쇠는] 3. 자족도시 구현

‘일자리 조성’ 자족용지 2배 불구… 부족한 인프라, 기업 유치 미지수
판교 제외한 2기 신도시 자족기능 부족 ‘베드타운화’ 전락
3기 자족사업 대부분 他 지자체와 중복… 고용중심지 난항
저렴한 임대료 외 구체적 방안 無… 여건 고려 활용책 필요

24일 낮 12시께 파주 운정신도시 경의중앙선 야당역앞.

지하철에서 내리는 승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점심때임에도 주변에 별다른 기업이 없어 직장인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출근시간이 지난 시간대라 주변은 한산했고, 도로에 차량 통행량도 많지 않았다. 평일 오후 운정신도시의 모습은 조용한 전형적인 베드타운의 모습이었다.

야당역 인근 H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운정신도시 상권은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저녁 8~9시에 사람이 몰리는 편”이라며 “낮에는 주민들이 서울이나 일산 등으로 출근해 거리에 나가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주 운정신도시와 김포 한강신도시, 양주 옥정신도시 등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2기 신도시 중 일부는 거주기능과 비교해 자족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주민 대부분은 서울 등지로 출ㆍ퇴근하는 경우가 많아 낮에는 사람이 없는 거대한 빈 도시가 되고, 밤이 돼서야 퇴근한 주민들이 몰려드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판교신도시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굴지의 IT 대기업의 본사와 벤처기업이 대거 입주했고 광교와 동탄2신도시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IT, 첨단 바이오 기반 비즈니스산업단지가 밀집해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도시주택ㆍ부동산 전문가들은 2기 신도시의 ‘베드타운’ 화는 기업유치와 일자리 대책 등을 고려한 장기적인 계획이 아니라 단순히 ‘주택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는 단기적인 처방이 낳은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신도시가 성공하려면 판교처럼 새 일자리를 함께 공급할 수 있는 자족기능이 있어야 신도시 기능과 집값 안정 효과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기 신도시의 자족성 확보를 위해 41만 2천m² 가량의 ‘자족기능용지’를 도입했으나 판교신도시를 제외하면 용지의 활용은 매우 저조한 상태다. 이는 뚜렷한 활용계획이 없는 형식적 공급계획 등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양주의 경우 LH가 회천신도시에 지난 2016년 산업단지를 유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2년이 지난 현재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정부는 과거 신도시들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이번에 발표한 4곳의 3기 신도시를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인 자족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개발 구상 안에는 기업유치 방안, 자족용지 등의 불분명함이 드러나면서 이번 3기 신도시 역시 2기 신도시와 같은 전처를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3기 신도시를 자족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도시형 공장이나 벤처기업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는 도시지원시설용지를 기존보다 2배 이상 높여 확보한다고 밝혔다. 또한, 주변 임대료 시세의 20~60%인 기업지원허브를 조성해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담겨 있다. 그러나 저렴한 임대료 외에 기업유치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현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3기 신도시에 자리를 잡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남양주 왕숙지구와 하남 교산지구는 자족용지가 다른 지구에 비해 협소하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남양주 왕숙지구의 경우 1천 134만㎡ 중 자족용지는 약 140만㎡로 전체 개발면적 대비 12.3%에 불과하며, 하남 교산지구 역시 649만㎡ 중 자족용지는 고작 약 90만㎡로 13.8% 수준이다.

여기에 용지를 확보했더라도 기업을 유치하거나 유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기 신도시의 자족 사업 대부분이 이미 다른 지자체와 중복되기 때문이다. 남양주 왕숙2지구의 핵심인 전시 컨벤션(MICE) 사업 중 ICT 사업 유치는 3기 신도시로 함께 선정된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 테크노벨리 사업 계획과 겹친데다 현재 서울 마곡지구와 수원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업 유치도 이번에 발표된 또 다른 3기 신도시인 과천의 첨단지식산업센터, 인천 계양 테크노벨리지구의 도시첨단산단 계획에 포함됐다.

하남 교산 신도시 내 조성하려는 바이오웰빙특화단지의 경우 과천 자족용지 중 일부를 바이오산업으로 활용키로 해 중복됐으며 강원 원주시와 경남 양산시도 기업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충북 충주시도 바이오협회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산업유치에 뛰어들어 동일산업간 유치경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도시건설 전문가들은 신도시 자족기능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사업시행자를 비롯해 해당 광역지차체와 시ㆍ군 등의 협의체를 구성, 지역 여건 및 배후 산업단지 등을 고려한 활용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성룡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도시 자족기능용지 관리방안’ 보고서를 통해 “자족기능용지를 활성화하려면 판교의 사례처럼 자족기능용지의 구체적인 활용 계획을 우선 수립해야 한다”며 “개발예정지구가 속한 지역 및 주변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판교가 고용중심지로 떠오른 이유는 주변에 서울 강남과 용인 수지 등 상업지구와 가까운 지역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역은 기존 상업지구와 멀고, 주변에 배후지역이 많지 않아 고용중심지로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개발 계획들을 모아 한 곳에 고용중심지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지구마다 자족기능을 하겠다고 하면 중복된 방안이 많아 오히려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강영호ㆍ권혁준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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