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졸·생산직에 희망 준 ‘삼성 명장’ 제도 / 학력·사무직 편향 사회에 큰 교훈 던졌다

‘삼성 명장’이라는 말이 생겼다. 삼성전자가 신설한 사내(社內) 제도다. 말 그대로 최고의 기술 전문가 선발이다. 전혀 새로운 제도라 볼 수는 없다. 이미 펠로우(Fellow)ㆍ마스터(Master)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연구개발(R&D) 직군에 적용되는 제도다. 이번에 신설된 ‘삼성 명장’은 이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생산직, 제조, 설비 등에서 선발한 명인이다. 고전적 분류법으로 표현하면 이른바 블루칼라 직군에서 선정된 명인이다.

선정자들의 면면이 모든 걸 설명한다. 제조기술 부문 선정자는 1989년 입사했다. 24년간 한 분야에서 일했다. 금형 부문에 선정자는 올해 57세다. 25년간 금형 분야에서 일하며 탁월한 기술력을 닦아왔다. 계측 분야 선정자의 기술은 반도체 데이터 분석이다. 반도체 수율을 높이는데 기본이 되는 기술이다. 설비 분야 선정자의 업무 종사 기간은 무려 34년이다. 반도체 설비 분야에서 자동품종 교체 기술 등을 개발했다.

삼성전자가 이번 발표에서 신경 쓴 부분이 있다. 이들의 최종 학력, 직군의 특성 등은 철저히 비공개했다. 그 이유를 이해한다. 우리 사회에는 사무직과 생산직이라는 구획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 사이에 좋고 나쁨, 또는 높고 낮음의 선입견이 있음도 사실이다. 혹여라도 명장들의 명예에 상처가 있을 수 있다는 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로서는 충분히 고려할 만한 사안이다. 우리 역시 조심스러워 지는 것도 사실이다.

선정자 가운데는 대졸 학력자, 고졸 학력자가 두루 있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가. 모두 1980년대 또는 1990년대 시작한 기술인들이다. 그 긴 세월을 세계적 기업 삼성전자에서 근무해왔다. 이 존경스런 세월과 경륜 앞에 무슨 군더더기가 필요한가. 여기에 아무나 오를 수 없는 기술 명장의 영예까지 얻었다. 지난 세월의 어려움, 부족함은 이제 자랑이 되고도 남는다. ‘삼성 명장’이라는 제도가 갖는 의미도 바로 이것이다.

기술인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정부는 없다. 노동자 우선을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기술’이 경시되는 풍조에 싸여 있다. 모든 게 구호에만 그쳐서 그렇다. 우리가 삼성전자의 이번 ‘삼성 명장’ 제도 신설을 특별하게 보는 이유다. 고졸(高卒)도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 생산직(生産職)도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를 삼성이 제도로서 입증한 것이다. 정부는 배워야 하고, 기업은 따라 해야 한다. 그럴 가치가 충분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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