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우 아픔 잠시라도 잊게 화선지에 삶의 메시지 담아 13년 이상 호스피스 봉사
매주 목요일 오후 아주대학교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열린다. 13년 넘게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벌여온 조효경 봉사자의 캘리그라피 요법치료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시간, 오랫동안 병마와 싸우고 기력이 쇠한 환우들이 힘겹게 화선지를 한 자 한 자 물들이는 글씨는 저마다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만 돌아가고 싶다’는 덤덤한 글씨, ‘엄마 그동안 애쓰셨어요. 천국에서 만나요’라는 딸의 글씨, 긴 글을 쓸 힘이 없어 아내의 이름만 크게 쓴 환우….
수업시간에는 병상에 놓을 액자나 크리스마스카드, 욕창방지용 부채, 편지봉투 등의 작품을 만든다. 글씨를 쓰며 집중하는 동안 환자 본인이 고통을 덜어내는 것은 물론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도 잠시나마 아픔을 잊는다.
조씨는 이 수업을 “화선지에 스며드는 따뜻한 붓펜에 삶의 미련과 후회, 아쉬움과 원망을 풀어버리는 힐링의 시간”이라며 “캘리그라피 활동을 통해 환우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하나의 문장에 삶을 투영하는 것 같다”고 소개한다.
지난 2005년부터 호스피스 활동을 시작한 조씨는 10여 년간 환자들의 머리감기기, 발마사지 등 봉사와 정서적 지지를 해오며 10년 근속봉사상을 받을 정도로 열정적인 봉사를 펼쳐왔다. 그러던 중 병상에서 TV를 보며 고통과 싸우는 환우들이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하고자 캘리그라피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016년부터 요법치료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힘들어도 매주 1개씩 작품을 완성해 손주들에게 선물하고 가겠다던 환자와 아빠를 병간호하다 엄마마저 쓰러질까 걱정하는 딸들을 위해 작품을 만들고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어달라던 가족 등 수업에 참여한 모두가 조씨의 가슴에 깊은 울림과 기억을 남긴다.
조씨는 “봉사를 하며 삶을 마무리하는 환우들을 만나면서 누구도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나의 삶도 좀 더 깊이 성찰하는 도움을 받는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캘리그라피 요법치료를 통해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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