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나 기업체의 인사(人事)에는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인 메시지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일 잘하거나 공을 세울 때는 승진이나 영전인사를 하고, 일을 안 하거나 실수가 잦을 때는 문책이나 좌천인사를 한다. 또, 조직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경직돼 있을 때는 변화를 꾀하는 쇄신용 인사를 단행한다. 핵심부서에 어떤 성향의 간부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조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천시는 지난 12월 말 정기인사를 발표했다. 사무관(5급) 승진이 6자리에다 김종천 시장의 첫 승진인사라는 점에서 공무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이번 인사는 시장의 행정철학 등을 엿볼 수 있어서 언론과 지역정가, 사회단체 등에서도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졌다.
특히 과천시 공무원과 과천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번 인사를 놓고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신상필벌의 인사를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실험적인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김 시장도 그동안 혁신과 쇄신, 일하는 공직사회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인사 결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위 말하는 연공서열(年功序列) 때문이다. 사무관 인사는 6명 모두가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한 것이다. 다수의 공무원은 사무관 승진 6명 중 많게는 3명, 최소한 2명의 발탁인사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번 인사에는 신상필벌이 배제된 인사로 그 어떤 메시지도, 감동도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공무원은 대놓고 불만을 터트린다. 열심히 일한 대가 없이 가만히 있어도 때가 되면 승진하는 공직사회에서 누가 열심히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하고, 일부는 이번 인사를 ‘경로당 인사’라며 희화화하고 있다.
인사는 단체장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권한이 비합리적이고, 명분이 없으면 ‘전횡’이며, 반대로 남의 말만 듣고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면 ‘허수아비’ 취급을 받는다.
인사는 투명성과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상식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공직사회의 상식은 다수 공무원의 생각이다. 이 상식이 무너지면 저항에 부딪힌다. 올해 상반기에도 조직개편이 이뤄지면 최소 4~5자리의 사무관 승진인사가 예정돼 있다. 이번에는 공무원에게 감동을 주는 인사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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