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수익률 보더니…퇴직연금 가입자, 고수익상품 선택”

퇴직연금 적립금 172조 원 돌파, 운용 수익률은 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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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금융감독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3분기 말 172조 원이 넘었으나 운용 수익률은 연 1.88% 수준(2017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9월 말 기준 172조 1천억 원으로 그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 중 확정기여형(DC형)은 46조 4천억 원(26.9%)으로 비중이 꾸준히 확대하는 추세다.

DC형 퇴직연금은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거나 가입자의 91.4%가 운용 지시를 변경하지 않는 등(2017년) 상품 운용에 매우 소홀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은퇴 후 주 소득원인 퇴직연금이 가입자의 무관심 등으로 저조한 가입률 및 수익률을 보임에 따라 이를 개선하기 위해 행태경제학적 연구를 통해 디폴션 옵션 제도 등을 도입했다.

미국의 경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차드 세일러 교수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급여 인상 시 자동으로 퇴직연금 저축률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시행(디폴트 옵션 제도 도입)하고 있다.

금감원은 DC형 가입자의 이러한 불합리한 운용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외부 교수진과 공동으로 행태경제학적 행동 실험 연구에 지난해 9월 착수했다.

한국 갤럽을 통해 선정한 총 630명(남 333명, 여 297명)의 DC형 퇴직연금 실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퇴직연금 교육 수익률 표준편차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한 실질 수익률 연령대별 중위험·중수익의 자동 상품 구성(디폴트 옵션) 등의 정책 변수를 제시한 후 가입자가 선택한 상품 포트폴리오의 변화 등 운용 행태를 관찰했다.

행동 실험 결과, 퇴직연금 상품 제안서에 명목 수익률 대신 실질 수익률 제시, 중위험·중수익의 디폴트 옵션 제시 시 고수익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는 등 의미 있는 운용 행태 변화를 관찰했다.

형식적인 퇴직연금 교육(온라인)이나 상품별 상세 위험 지표인 수익률 표준편차를 추가 제시한 경우에는 상품 운용 행태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퇴직연금 가입자는 연금 운용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실험에서 제시한 디폴트 옵션을 선택해 이를 유지하려는 현상유지 편향을 보이고 동일 내용의 정보라도 제공 형식에 따라 상품 선택이 달라지는 프레이밍 효과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이밍 효과는 상품 제안서에 명목 수익률, 물가 상승률 및 수수료율을 각각 제시한 경우와 실질 수익률을 직접 제시한 경우는 사실상 동일 정보를 제공한 것임에도 실질 수익률을 직접 제시한 경우 고수익 상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는 등 의미 있는 상품 선택 변화가 발생한다.

이는 퇴직연금 관련 제도 개선 시 가입자의 행태편향 관점에서 이를 최대한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등 가입자의 합리적 선택을 적극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운용지시가 없는 경우에도 합리적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디폴트 옵션 제도 도입 등 검토해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퇴직연금 상품제안서 표준서식’ 제정 시 동 연구 결과의 일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행태경제학적 접근법을 통해 퇴직연금 가입자의 상품 운용에 도움이 되는 정보 제공 형식 등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감독정책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후에도 금감원은 금융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책 수립을 위해 다양한 행태경제학적 연구 주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민현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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