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중 무역 전쟁과 미국 긴축 우려, 브렉시트, 사상 최대 부채 등 세계 경제 곳곳에 위험요인이 도사리는 가운데 숨어 있는 진짜 리스크는 글로벌 부동산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천정부지로 치솟은 세계 주택가격은 지난해부터 경기둔화 우려 속에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으며, 차이나머니를 등에 업고 고공행진 하던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3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0년을 기준(100)으로 산정한 글로벌 주택가격 지수는 2017년 3분기 159.7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촉발한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분기의 최고치(159.0)를 넘어섰다. 이 지수는 이어 2017년 4분기에 더 올라 160.1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6개 회원국 가운데 16개국에서 2017년 주택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하락하거나 상승세가 둔화했으며, 지난해 2분기 상승률이 전분기보다 둔화한 곳은 20개국에 달했다.
한국은 2017년 1.5%에서 지난해 2, 3분기에 1.4%, 1.2%로 상승세가 둔화했다. 스웨덴과 호주, 이탈리아는 아예 전년 동기보다 주택가격지수가 하락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한계치에 달할 만큼 치솟은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는 지난해 중반을 지나면서 더 분명한 경고 신호가 나오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캐나다 밴쿠버, 영국 런던에서 투자자들을 떨게 한 글로벌 부동산 둔화가 홍콩, 싱가포르, 호주 시드니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으로 악명 높던 홍콩의 집값은 지난해 8월부터 13주 연속으로 떨어졌다고 홍콩 부동산업체 센탈린이 집계했다. 2008년 이후 최장기 하락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곳 중 하나인 싱가포르의 집값은 지난해 4분기에 6개 분기 만에 첫 하락을 기록했으며 외국인의 주택 구매도 지난해 상반기부터 증가세를 멈추고 감소로 돌아섰다.
이런 추세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이 있다.
스위스 은행 UBS는 지난해 9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홍콩과 뮌헨, 토론토, 밴쿠버, 암스테르담, 런던이 부동산거품 리스크가 가장 큰 도시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커진 와중에 당국의 부동산 투자 규제와 대출비용 상승, 증시 동요, 중국 자금의 위축도 공통분모로 지목됐다.
패트릭 웡 블룸버그인텔리전스 부동산 애널리스트는 “중국 경제가 무역 전쟁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금 유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이것이 시드니부터 홍콩까지 시장 수요를 약화시켰다”고 진단했다.
세계 부동산시장의 거품 수준과 붕괴 위험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나 그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블룸버그는 “부동산거품이 2019년 가장 저평가된 리스크일 수 있다”며 “주요국에서 역대 최고 수준 가격, 구매력에 비해 비싼 집값, 과잉 공급, 타이트해진 금융여건, 중국 등 외국 수요 둔화 가능성 등 우려스러운 징후는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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