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심장협회(AHA)가 주목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초과 사망률이 ‘심혈관질환 68%’라는 통계다. 연간 370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한다는 세계 보건기구(WHO) 발표는 이미 구문(舊文)이다. WHO가 미세먼지를 제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도 6년이나 됐다. 수많은 학설과 주장들이 미세먼지 공포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 미세먼지가 연초부터 한반도를 덮었다. 길거리 시민들이 이틀째 숨도 편히 못 쉰다.
정부가 이런저런 긴급대책을 내놨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은 화력발전소 출력 제한 조치다. 충남 발전소 11기, 경기 3기 등 14기의 발전출력을 1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15시간 동안 정격 용량의 80%로 제한했다. 모두 석탄을 연료로 쓰는 발전기다.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 사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렇게 해서 총 131만kW의 출력이 감소해 초미세먼지 2.4톤이 감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각하면 앞뒤 없는 설명이다.
불과 5일 전, 환경운동연합이 이런 논평을 발표했다. 석탄발전소 수명연장에 대한 반대ㆍ규탄 논평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당진화력 1~4호기 성능개선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 당진화력발전소 설계 수명을 2039~2041년까지 연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명연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경제성을 부풀린 정황도 있다”. KDI는 국책 연구 기관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결과에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는 듯하다.
그럴 만하다. 정부 에너지 정책의 출발은 탈(脫)원전이다. 26%를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46.2%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소에는 관대해질 수밖에 없었다. KDI의 석탄발전소 수명연장 필요성이 흘러나온 게 이런 맥락과 무관하다 볼 수 없다. 하필 이런 때 최악의 미세먼지가 덮쳤다. 그러자 정부가 ‘미세먼지 발생시키는 석탄발전소 가동 제한 명령’을 고민 없이 내렸다. 도대체 기준도 없고 원칙도 없다.
탈원전 정책과 탈석탄 정책은 애초 병립할 수 없는 논리다. 원전을 줄이면 석탄 발전이 늘고, 석탄 발전이 늘면 미세먼지는 악화된다. 정부의 ‘1.13 화력발전소 발전 제한 명령’은 정부 스스로 그런 한계를 인정한 증명이다. 때마침 여권에서도 ‘원전 가동 재개’ 목소리가 나온다. 진보진영에서도 탈원전 정책의 오류 지적이 나온다. 논란이 그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목표, 이번 미세먼지 공습으로 또 한 번 한계를 보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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