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보건직 채용비리…3명 중 2명 부정합격

국립암센터 영상의학과 보건직 채용과정에서 시험 문제와 면접 질문이 유출되는 등 채용비리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제위원과 면접관들은 이전에 함께 일했던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위해 똘똘 뭉쳤고, 결국 일반 지원자들은 채용 과정의 ‘들러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채용 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업무방해)로 국립암센터 초음파실 수석기사 A씨(44ㆍ여ㆍ3급)와 영상의학과 일반영상실 소속 B씨(39ㆍ남ㆍ5급) 등 2명을 구속하고, 이에 관여한 직원과 문제를 미리 받아 시험을 치른 지원자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초 실시된 암센터 보건직 채용 과정에서 초음파 과목 출제위원이던 A씨는 함께 일해온 임시직 C씨와 청년인턴 D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자신의 컴퓨터에 필기시험 문제를 띄우고 ‘오타 수정을 도와달라’며 보여줘 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와 D씨는 컴퓨터로 봤던 문제를 복기해 시험을 치러 결국 C씨는 최종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다른 내부 응시자들에게 메신저로 자신이 기억한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C씨와 함께 시험 문제를 본 청년인턴 D씨는 이 시험에는 불합격했지만, 임시직 면접을 보게 도와준 A씨로부터 미리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면서 최고점을 획득, ‘짜인 각본’을 통해 임시직에 합격했다.

B씨의 문제 유출은 더욱 과감했다. B씨는 필기시험 문제를 취합하는 교육담당 직원의 컴퓨터에 무단 접속, CT와 인터벤션 과목 시험 문제를 유출해 인쇄했다.

당시 정규직 3명 채용에 178명이 지원해 경쟁률 약 60대1을 기록했다. 임시직은 1명 채용에 26명이 지원해 26대1이었다.

결과적으로 정규직 합격자 3명 중 2명은 필기시험 문제를 미리 본 부정합격자였고, 임시직 합격자 1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부정합격자 명단과 수사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 해고 등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유출에 관여한 간부들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채용을 돕고 싶은 마음에 문제를 유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실력이 아닌 개인적 인연과 온정으로 부정을 저지른 사례”라며 “필기시험 문제 출제와 보관에 대한 구조적 문제도 확인된 만큼, 공정성을 확보할 방안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의정부=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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