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감염병으로 알았던 홍역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올겨울 홍역 환자가 30명 넘게 발생한 가운데 22일 안산과 부천에서 확진자가 또 나왔다. 안산에선 3세 유아가, 부천에선 20대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23일에도 3명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시작된 홍역이 경기도 등으로 번져 홍역 확진자는 경기도 14명을 포함해 모두 35명으로 늘어났다.
홍역은 2006년 퇴치선언을 하면서 한국에서 ‘사라진 감염병’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이후에도 해외 감염자가 유입되면서 환자는 꾸준히 있었다. 홍역은 초기에 감기처럼 기침, 콧물, 결막염 증상을 보이고 이후 고열과 함께 얼굴을 시작으로 온몸에 발진이 일어난다. 기침 또는 재채기에 의한 침방울과 공기로 감염된다. 치료약이 없고 증상 대응 치료만 가능하다. 치사율이 높지 않지만 암 환자 등 면역저하자는 위험할 수 있다.
홍역은 MMR 백신을 접종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산 3세 유아도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 20, 30대 젊은층 다수가 홍역에 감염됐는데 홍역 예방접종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홍역과 함께 같은 2군 법정감염병인 수두 환자도 크게 늘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1월 신고된 수두 환자는 18일 기준 6천722명으로 집계됐다. 경기지역이 1천677명으로 가장 많고 인천은 352명이다. 경기지역 수두 환자는 2016년 1만4천826명, 2017년 2만2천645명, 2018년 2만7천162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크게 늘어 지난해 9만6천470명이 감염됐다. 수두는 단체 생활을 하는 영유아와 초등학생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폐렴 등을 유발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병도 작년 말부터 신생아 사이에 번지고 있다. 인천, 시흥, 대구 지역에서 수십명의 환자가 발생해 일부 산후조리원이 폐쇄됐다.
홍역, 수두, RSV 환자가 늘면서 감염병 관리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건당국의 철저한 감염병 관리와 함께 국민들의 위생수칙 준수가 필요하다. 안전해야 할 학교와 어린이집, 병원이 바이러스와 세균에 무방비로 노출돼 ‘감염의 온상’이 돼선 안된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회복기가 바이러스나 병균을 옮기기 가장 쉬운 시기라고 경고한다. 때문에 증상이 좀 가라앉은 것처럼 보인다고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보내면 안된다. 병원에서 전파되는 감염병도 많은 만큼 의료기구의 소독과 멸균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감염병의 근본 처방은 예방접종 강화다. 보건당국은 백신 효과를 검증하고 접종 횟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홍역 예방접종 사각지대에 있던 20·30대 성인에 대한 특별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더이상 홍역 등이 확산되지 않도록 비상대응해 차단해야 한다. 홍역과 수두, RSV 등 감염병은 민관이 힘을 합해야 효율적으로 예방하거나 퇴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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