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타 면제’ 수도권 제외, 명백한 역차별이다

정부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없이 추진할 국책사업 대상을 29일 발표 예정인 가운데 수도권 지역 사업은 모두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균형발전이란 명분하에 비수도권 사업만 선정할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예타 면제 사업 신청은 받아놓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수도권 주민을 우롱하는 것이고, 명백한 수도권 역차별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대규모 공공사업의 경제성, 효율성, 재원조달 계획 등을 살펴 사업 추진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총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 타당성을 조사하는 것으로 무분별한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추진으로 세금이 낭비되는 일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국가 재정 사업의 안전장치다.

대규모 SOC사업 확대를 반대하던 문재인 정부가 고용 부진과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이의 타계를 위해 예타 조사 면제를 확대하겠다며 지난해말 각 시ㆍ도로부터 사업 신청을 받았다. 17개 광역시·도에서 약 61조 원 규모의 33개 SOC 사업이 접수됐다.

경기도에선 수원 광교에서 호매실까지 11.14㎞ 구간을 연결하는 신분당선 연장선 사업과, 서울 도봉산에서 의정부~양주를 거쳐 포천까지 이어지는 전철 7호선 도봉산 포천 연장사업을 신청했다. 인천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사업을 신청했다. GTX-B 노선은 송도에서 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를 거쳐 남양주 마석까지 80.1㎞ 구간에 GTX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수도권 지역 불균형과 교통불편 해소를 위해 수도권 12개 지자체가 예타 면제를 요청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지역균형개발 차원에서 예타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상 수도권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예타 면제 사업을 접수받고 수도권만 제외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처사다. 경기ㆍ인천지역 지자체와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대규모 집회와 투쟁이 예상된다. 정부가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양분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 결과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동안 수도권은 이중, 삼중, 사중 규제로 엄청난 고통을 겪어왔고, 역차별을 당해왔다.

사회 편익이 충분하지 않은 사업을 지역균형발전 운운하며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많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성ㆍ효율성이 거의 없는 사업에 수십조 예산을 쏟아붓는 건 선심성으로 보인다. 자칫 졸속 예타 면제 결정으로 막대한 혈세만 낭비한 채 정책이 실패할 수 있다.

정부는 수도권, 비수도권 차별하지 말고 예타 면제 사업을 신중하게 선정해야 한다. 면제 사업이어도 사업 효율성을 따지고 재정 누수도 막아야 한다. 지역 발전에도 기여 못한 채 세금만 삼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거나, 정책 실패가 국민 부담이 되게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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