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노인연령 상향에 따른 딜레마와 꼼수

UN에서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을 근거로 연령분류 표준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사람의 평생 연령을 5단계로 나눠 발표했는데 연령별로 0세~17세를 미성년자, 18세~65세를 청년, 66세~79세를 중년, 80세~99세를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이라고 정했다.

실례로 우리나라 경로당은 65세 노인은 이용할 수 없고, 75세가 넘어야 주전자 들고 물시중을 드는 막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65세가 된 나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경로당에 가는 것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최근 정부는 만 65세인 노인연령 기준을 올리고자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각종 정책·사업별로 노인연령 기준을 정비하고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상생할 수 있는 어젠다를 발굴할 계획이다. 하지만 각종 복지 정책의 기준이 되는 노인연령을 만 70세로 올리자는 제안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있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령층 표심’을 의식해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한 탓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21대 총선’이 코 앞이라 노인연령 기준을 올리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노인 연령 상향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의료·연금 등 노인 복지 재정 부담이 급증하는 게 첫째 요인이다.

65세 이상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만 해도 올해 재정 부담액이 10조원을, 2022년에는 20조원을 돌파한다. 건강보험 진료비도 총인구의 14%인 노인이 전체 진료비의 40%를 쓰고 있다. 노인이 늘어날수록 노인의료비 부담이 커져 국민의 건강보험료 인상 부담은 커진다.

둘째 이유는 근로 인구 부족 사태다.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만 15세부터 64세)는 2015년에서 2050년까지 1천만명 정도 감소해 일본만큼 심각하다. 정년을 연장해 노동시장의 근로연수를 늘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 연령 상향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양질의 노인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올리면 복지 혜택을 받는 나이가 함께 미뤄져 퇴직과 함께 빈곤으로 떨어지는 ‘소득 절벽’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때 기초연금 등 수급자에서 제외되는 65세부터 69세까지의 노인 소득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인의 절대빈곤율은 10.2%, 상대빈곤율은 8.7%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필자는 기존 정부에서도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던 노인연령 상향 정책을 굳이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시도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65세부터 70세 미만 노인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2의 IMF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경기상황을 타개하고자 노인연령 상향으로 노인에게 지급하는 예산을 내수시장에 돌려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꼼수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세계 노인들 가운데 80번째를 차지하는 노인소득수준과 OECD 국가 중 노인들의 자살률 1위라는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 경제적 문제와 빈곤임을 감안하면 노인연령 상향 정책은 노인자살률과 빈곤율을 상승시켜 궁극적으로 노인복지에 역행하는 정책이 될 전망이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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