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 석달째 줄고 주력품목 휘청…거시경제 악영향 우려

수출이 두 달 연속 전년 동월보다 감소한 것은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실적이 하락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철강 등의 수출은 늘었으나 대외 여건의 악화 탓인 충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출 동향을 품목별로 보면 먼저 반도체의 약화가 두드러진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2월에 전년 동기(이하 동일)보다 8.3% 줄면서 27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지난달 수출액 감소율을 23.3%로 한층 확대하면서 먹구름을 더 진하게 드리웠다. 작년에 이어진 가격 하락 흐름이 반도체 수출액 감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기준 8GB(기가바이트) D램 가격은 작년 1월보다 36.5% 하락했고, 128GB 낸드플래시 가격은 22.4% 낮아진 수준이었다. 한국 수출의 기둥인 반도체가 주춤하면서 전체 수출도 27개월 만에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작년 기준으로 반도체가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였다.

다른 주요 산업도 상황이 좋지 않다. 13대 주력품목 중 반도체, 일반 기계에 이어 세 번째로 덩치가 큰 석유화학 수출액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각각 8.3%, 23.3% 줄어들며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석유제품은 작년에 줄곧 수출액이 늘었지만 지난달 4.8% 감소로 전환했다. 국제 유가 하락이 제품 단가에 영향을 미쳐 수출액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석유화학은 올해 1월 수출 물량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제 유가의 변화에 따라 수출실적이 개선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디스플레이는 작년 9월부터 5개월 연속 수출액이 감소했고 휴대폰과 휴대폰 부품을 포괄하는 무선통신기기는 6개 연속 수출액이 줄었다. 올해 1월을 기준으로 보면 13대 품목 중 9개 품목의 수출액이 작년 1월보다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반해 일반 기계는 지난달에 수출액이 1.7% 늘었다. 자동차는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 수출액이 각각 27.0%, 13.4% 늘었고 자동차 부품은 4개월간의 마이너스 행진을 끝내고 지난달 플러스(12.8%)로 전환했다. 철강제품은 수입 규제가 확산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달 3.3% 신장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ㆍ일본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각각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국가별로 보면 주요 거래국으로의 수출이 부진했다.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작년 11월부터 3개월 연속 줄었다. 감소율은 3.1%, 14.0%, 19.1%로 확대하는 추세다. 반도체ㆍ일반 기계ㆍ석유제품ㆍ무선통신기기 부진이 중국으로의 수출액이 감소한 주원인으로 꼽힌다. 당국은 중국 산업 경기 부진, 수요 감소, 현지 기업의 시장 지배력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동 수출은 6개월 연속, 중남미 수출은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출 상황이 전반적으로는 악화했지만, 일부 품목ㆍ지역에서는 개선 흐름이 보인다.

한국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온 수출의 부진이 이어지면 결국 거시 경제 지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7년 3.1%를 기록하며 2014년(3.3%)에 이어 3년 만에 3%대로 복귀했으나 작년에 2.7%로 떨어졌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를 2.6∼2.7%로 잡았다고,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가 최근 2.6%로 하향 수정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해외 투자은행(IB) 9개사가 내놓은 한국의 2019년 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2.6%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출 부진을 고려하면 추후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덕분인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이 하향 사이클로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산업이 괜찮으면 좋겠지만 전체적으로 비용 문제에 봉착해 다른 곳에서 활력을 찾기가 좀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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