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씨, 자비로 체험장 조성해 명소 만들었지만
경제난에 임대료 감당 못해… 지난달 초 문 닫아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폐역에서 문화공간으로 변신해 화제가 됐던 양평 구둔역이 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네티즌이 뽑은 양평의 10경 중의 하나인 구둔역에서 문화공간을 운영하던 ‘구둔역 지킴이’ 김영환씨(43)가 지난달 SNS를 통해 경제적 사정으로 더는 구둔역을 지킬 수 없다고 알려 양평지역의 뜻 있는 문화계 인사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7일 한국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구둔역은 80년 전인 1940년에 영업을 시작했다가 2012년 중앙선이 복선화되면서 선로변경으로 폐역이 된 간이역이다.
구둔역은 일제 강점기 건축물의 원형을 간직한 역사와 함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풍경 등으로 2006년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됐고, 2012년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촬영지이자 인기가수 아유미의 앨범 재킷 사진을 찍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후 어릴 적 구둔역의 아름다운 풍경을 기억하던 김영환씨가 귀촌을 결심하고 1년간의 준비 끝에 구둔역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단장해 2016년 12월2일 문화공간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당시 김씨는 2억 원을 들여 끊어진 전기와 수도를 연결하고, 체험장과 화장실도 새로 지었다. 구둔역에는 옛날 기차역을 재현한 카페가 생겼고 기차역에 근무하는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준비했다는 사연을 담은 ‘어머니 도시락’과 기차처럼 길쭉한 모양의 ‘기차떡볶이’ 등 음식을 팔고, 연극과 뮤지컬, 마술체험과 같은 행사를 수시로 열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구둔역은 젊은이와 연인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경제적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한 때는 8명의 직원이 있었지만, 2년여만에 김씨 혼자서 꾸려 나가면서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임대기간을 남겨두고 지난달 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SNS를 통해 “구둔역을 재생하고 가꾸고 운영하면서 제가 가진 유형무형의 자산 전부를 쏟아부었고 이제는 더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라고 심경을 전하며 “만약 뜻있는 누군가가 다시 구둔역을 지키려 한다면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에 양평지역 문화계에서는 “구둔역은 양평의 소중한 문화자원인데 안타깝다. 문화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둔역을 살릴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양평군도 관심을 두고 함께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평=장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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