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쓰레기 수출국 오명, 폐기물 처리시스템 개선해야

필리핀으로 수출된 ‘불법 폐기물’ 1천200t이 51개의 컨테이너에 실려 지난 3일 평택항으로 되돌아왔다. 컨테이너 속 쓰레기는 평택 소재 폐플라스틱 수출업체가 ‘합성 플라스틱 조각’이라며 지난해 7월, 10월 필리핀에 수출한 것이다. 전체 6천300t 중 일부로 나머지는 여전히 필리핀에 있다. 이것들도 반입 예정이다.

필리핀에 보내진 폐기물은 재활용 용도로 수출됐던 것이다. 수출업체는 ‘폐합성고분자화합물류(플라스틱)’를 수출한다고 했고, 품질평가서도 제출했다. 현행법상 재활용 폐기물 수출업체는 어떤 품목을 수출할지 신고한 후 품질평가서만 제출하면 된다. 환경부와 관세청은 서류 검토 후 실제 물건은 살펴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수입한 폐기물 속에 기저귀ㆍ전구ㆍ배터리ㆍ의료폐기물 등 쓰레기가 다량 포함된 것을 발견하고 우리 측에 반송을 통보했다. 필리핀 환경단체 회원들은 한국이 쓰레기를 수출했다고 비난하며, 한글로 ‘쓰레기를 되가져 가세요’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환경부가 조사에 착수했고, 국가 간 유해 폐기물의 이동을 막는 바젤협약에 따라 즉각 불법 폐기물 반입을 결정했다.

되돌아온 쓰레기더미는 환경부와 평택시, 수출업체 등의 협의가 늦어져 수개월 이상 평택항에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반송도 수출업체가 환경부의 폐기물 반입 명령에 따르지 않아 정부가 대신 진행했다. 평택항의 폐기물은 필리핀에 도착해 길게는 6개월간 야외에 노출돼 있다 되돌려 보내졌다. 내용물이 부패했을 가능성이 커 평택항 인근 방역문제 등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평택의 시민단체들도 “반입 폐기물이 곧바로 처리가 곤란한 상태여서 전염병과 미세먼지 피해가 우려된다”며 “더 이상 폐기물 처리를 평택에 떠넘기지 말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이번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한국의 과도한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로 인한 폐기물 문제와 처리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2015년 기준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672만t으로 1인당 평균 132㎏에 달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포장재비닐, 스티로폼,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등 플라스틱 생활계폐기물량은 연간 378만3천298t, 산업 플라스틱 폐기물량까지 더하면 연간 876만4천599t에 달한다. 이중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은 70% 이상이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매립되거나 해외로 수출된다.

생활속 일회용 플라스틱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 환경부는 일회용 플라스틱량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각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을 조사하고, 소비 감축 목표, 생산자 책임 확대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부족한 폐기물 처리시설을 늘리고 처리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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