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발길 끌 콘텐츠 없이 도로·간판 시설물 정비 그쳐
조성 전보다 임대료 두배 ‘껑충’… 상인회 회원 30% 감소
상권 활성화 취지 무색… 市 “실질적인 지원 대책 강구”
“이름만 ‘디자인거리’라고 거창하게 지으면 뭐 하나요, 손님 발길은 늘지 않는데. 오히려 상권을 지켜온 상인들만 줄줄이 떠나고 있습니다”
안양시가 구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해 34억 원을 들여 안양3동에 디자인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했지만, 정작 상인연합회 회원이 30%가량 감소하는 등 상인 이탈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자인거리는 조성됐으나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 없이 도로 및 간판 등 시설물 정비만 진행, 손님은 늘지 않은 채 상가 임대료만 크게 올라 상인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10일 안양시에 따르면 시는 201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약 34억 원의 예산(정비 28억 7천만 원ㆍ경관 5억 원)을 투입해 만안구 안양로 329번길 일대를 ‘대농 디자인거리’로 조성했다. 해당 사업은 낙후된 안양3동 먹자골목 및 인근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됐으며 지중화, 도로환경 개선, 간판 교체 등의 사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사업이 종료된 지 6개월가량이 지난 현재 디자인거리는 기존 상인들이 타지역으로 떠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간판 및 도로 등은 개선됐지만 정작 고객의 발길을 끌어들일 만한 콘텐츠가 없어 매출 상승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상가 주변 환경이 개선됐다는 이유로 임대료가 크게 상승, 상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간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한 A씨는 “디자인거리 조성 전 33㎡ 기준 임대료가 40만~60만 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80만 원 가량으로 올랐다”며 “찾아오는 손님은 그대로인데 나가는 돈만 계속 늘어나니 죽을 맛이다. 상권 활성화 통해 소상공인들 신바람 내라고 추진한 사업이 건물주만 웃게 해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양3동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과거부터 안양3동에서 점포를 운영하던 상인들이 짧은 기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상권을 떠나고 있다”며 “디자인거리 조성 전 이곳 상인연합회 회원은 160여 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30%가량이 빠져나가 11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양시 관계자는 “당초 디자인거리를 라이브 공연 등이 가능한 문화거리로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민원 등의 이유로 정비 및 경관 개선에 그쳤다”며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상근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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