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정 안 됐으니 입장 없다”는 민주 경기도당 / 그럼, 지방 도당들은 왜 목청을 높이고 있나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의 입장을 들었다. “공공기관 이전은 화두로 안 올라왔다…계획이 나오는 것을 봐야 한다”고 했다. “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이런 것들을 봐야 하니까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도 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구상에 대한 도당의 설명이다. 정확히는 도당 위원장인 김경협 의원의 개인 답변에 가깝다. “(도당 차원의 입장은) 계획이 아직 없는 만큼 입장을 내놓을 게 없다”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답변을 예상했었다. 국가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기본 국정 방향이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그 방향을 구체화하는 실천 방안의 하나다. 민주당의 1인자 이해찬 대표는 국회에서 공언까지 해놓은 상황이다. 권력의 방향이 있고, 당 대표의 발표가 공개된 사업이다. 경기도 지역당에서 나올 수 있는 입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 짐작이 워딩으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확정되지 않았으니 도당의 입장은 없다’.

언제나 이랬다. 움직여야 할 때 침묵하고, 끝난 다음에야 난리였다. 보름 전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 발표 때도 그랬다. 대통령이 일찍부터 수도권 배제를 언급했다. 경제부총리도 같은 취지를 확인했다. 본보를 비롯한 경기도 신문도 거듭 우려를 표했다. 해당 지역 시장은 사퇴 불사를 언급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그런데도 경기도당, 경기도 의원들은 발표 당일까지 침묵했다. 지역 의원들이 분기탱천한 것은 탈락이 확정된 29일 이후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이미 구상 단계를 지났다. 정부의 기본 방침이고 여당 대표가 국회에서 공언했다. 옮겨 갈 기관 122개까지 일찌감치 지목됐다. 법제처도 나서 ‘지방으로 가는 게 맞다’며 유권해석을 확정했다. 지방은 내려올 기관을 유치하는 전쟁에 돌입했다. 부산 지역 복덕방들은 ‘○○기관 이전 예정지’라는 홍보를 뿌리고 있다. 어떻게 이 상황을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하나. 확답을 피하려는 변명에 다름 아니다.

백 번 양보해, 확정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절차상으로 맞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어불성설이다. 정당의 도당은 지역민의 여론을 취합하는 곳이다. 그 여론을 정책에 반영시키는 곳이다.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경기도민의 의지를 정부에 전달해야 하는 곳이다. ‘확정이 안 돼서 밝힐 입장이 없다’는 모호한 말로 뒷짐질 상황이 아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뒤로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확정이 곧 실행이다. 그때 가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다른 지역 도당을 비교 안 할 수 없다. 이해찬 대표가 국회에서 공공기관 추가 이전 구상을 밝혔다. 민주당 경북도당은 열흘 만에 ‘환영한다’며 성명을 냈다. 없던 여론을 생성(生成)해가는 도당도 있다. 충청권에서 벌어지는 청와대 이전 여론전이 그렇다. 충청권 도당 위원장들이 모여 “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하라”며 정부ㆍ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경북 도당, 충청권 도당은 뭐가 확정돼서 성명서 내고 호들갑 떠는 것인가.

도내 공공 기관을 빼가려는 움직임에 전국에 들끓는데, 확정되지는 않았으니 침묵하겠다는 민주 경기도당.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럽고, 도민의 분노를 못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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