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함께… 하늘로 전해진 졸업장, 세월호 희생 안산 단원고 학생들 명예 졸업식

학생 이름 하나하나 호명
교복 입고 참석한 부모도

12일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명예졸업식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슬퍼하고 있다. 윤원규 수습기자
12일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명예졸업식에서 유가족들이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슬퍼하고 있다. 윤원규 수습기자

“사랑하는 아들ㆍ딸들의 교복을 입고 부모들이 대신 졸업장을 받으러 왔습니다. 오늘만큼은 울지 않으려 했는데 도통 눈물이 멈추지 않아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12일 오전 안산 단원고등학교 곳곳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이날 단원고에서는 5년 전 세월호 참사로 희생한 학생들에게 꽃다발, 졸업장, 졸업앨범을 수여하는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장에는 희생자 250명의 이름이 적힌 의자가 놓여 있었다. 2014년 2학년 1반, 2반에 재학 중이던 17살 학생들은 이날 (명예) 3학년 13반, 14반으로 졸업장을 받게 됐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이 떠난 지 1천764일, 이들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한 명예졸업식은 양동영 단원고 교장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호명하며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자녀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유가족들은 손수건을 만지작거리고 모자를 깊게 눌러쓰며 붉어진 얼굴로 슬픔을 감췄지만, 울컥울컥 오열하며 연신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아들의 와이셔츠와 신발을 착용하고 온 2학년 7반 A군의 어머니는 “세월호 참사 이후 내 나이조차 잊었다. 아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부모가 너무 많다”며 “아이들이 살아있었다면 부모들이 공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오진 않았을 텐데 너무 마음이 무겁다”고 울음 섞인 목소리로 전했다. 2학년 4반 B군의 어머니 역시 졸업앨범을 한 장씩 넘기면서 “선생님과 함께 어울리던 아들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며 사진 속 아들 얼굴을 소중히 쓰다듬었다.

이어 단원고 재학생들은 선배를 위한 ‘눈물의 기도’와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합창하고, 졸업생 이희운 씨는 후배를 위한 편지를 낭독하며 무거움 속에서 모두의 졸업을 축하했다.

명예졸업식에 참석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추모사를 하기에 앞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유 장관은 “이제야 명예졸업식을 갖게 돼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온 국민이 우리 아이들을 기억하고 헛된 희생이 없도록 사람 중심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약속하고 다짐한다. 잊지 않고 함께하겠다던 약속을 꼭 지키며 할 수 있는 역할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경기교육이 살아있는 한 1천 개의 별이 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잊지 않겠다”며 “국가, 사회, 교육계가 다시 한 번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다시 옷깃을 여며 경기교육을 변화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명선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은 “졸업식을 받아들이기엔 아직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이 자리를 통해 별이 된 우리 아들ㆍ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이후 대부분 학생의 시신은 발견됐지만 2학년 6반 남현철 군과 박영인 군, 교사 양승진 씨 등 단원고 학생과 교사 3명의 시신은 끝내 수습하지 못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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