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전세난·깡통전세 확산, 비상대책 서둘러야

전셋값이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집값이 전셋값보다 떨어져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깡통전세’도 늘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대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져 전세가격이 떨어진 경우도 있고, 울산ㆍ거제 등은 경기침체로 인한 조선업 불황의 영향이 크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 달 연속 내렸고, 아파트 전셋값은 2017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 14개월 내리 하락세다. 올 1월 말 기준 전국 17개 광역 시·도의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보다 2.67% 하락했다. 울산광역시는 2년 전보다 전셋값이 13.63% 떨어졌고, 조선업체가 몰려있는 거제시는 2년 전 대비 전셋값이 34.98% 하락했다.

경기도의 전셋값은 2년 전보다 3.6%, 인천은 0.26% 낮은 상태다. 경기도 28개 시 중 21곳의 전셋값이 2년 전보다 떨어졌다. 안산(-14.41%), 안성(-13.47%), 평택(-11.08%), 오산(-10.05%) 등의 낙폭은 두 자릿수다. 서울도 강남 4구의 전셋값이 2년 전보다 0.82% 떨어졌다. 수도권에서도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 약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데다 정부가 전세대출까지 조이고 있어서다. 이에 세입자 피해뿐 아니라 지난해 말 92조3천억 원으로 1년 새 38.6% 급증한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 부실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전세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급증하면 경제에 미치게 될 충격은 엄청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전입신고, 확정일자 등 보호수단이 있지만 한계가 있고,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돈을 내줄 수 없다고 버텨도 반환을 강제할 법적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다. 실제 역전세난으로 집주인과 세입자의 분쟁이 점점 늘고 있다.

역전세난은 수도권에서도 지역마다 편차가 있다. 수요가 떨어지는 외곽지역은 사정이 더 안좋다. 전문가들은 화성, 안산, 인천 송도, 청라, 김포 신도시 등까지 역전세난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역전세ㆍ깡통전세 상황에 대해 조만간 실태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깡통전세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 역전세 대출을 해주거나 경매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고음이 커진 만큼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집값을 잡겠다며 성급하게 내놓은 마구잡이 정책들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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