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있는 곳만 실시… 방사능 방재훈련 ‘수도권 패싱’
중국 동남부권 원전 사고 시 30시간 만에 낙진이 도달하는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이 방사능 사고에 대비한 정부의 방재 훈련 매뉴얼에서 빠져 있다.
더욱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등 정부 주요 부처는 ‘중국 원전 사고’를 가정한 훈련에서조차 대한민국 인구의 1/2이 밀집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하고 있다.
19일 행정안전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원안위 등에 따르면 원안위는 2018년 중국과 일본, 국내 원전 시설의 방사능 사고에 대비한 방재 훈련을 20회 진행했다.
하지만, 원안위는 ‘원전이 있는 시·도는 의무적으로 방재 훈련을 해야 한다’라는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법률에 따라 부산 고리와 경북 월성 등 원전 시설이 있는 지역에서만 훈련했다.
또 지난해 11월 원안위가 서울 사무실에서 ‘중국 원전 사고를 가정한 인접국가 방사능 누출사고’ 대응 훈련에는 원안위와 행안부 등 중앙부처 관계자만 참석했을 뿐, 수도권 지자체들은 방사능 관련 훈련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법적 훈련 의무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수도권 지자체는 훈련 대상에서 아예 배제한 것이다.
인천시의 2018년 안전관리계획에도 원전 사고에 대비한 매뉴얼이 전혀 없는데다 지진과, 전쟁 등 각종 사회재난 종합 훈련인 지역 내 민방위 계획에도 원전사고 훈련은 빠져 있다.
또 원전 사고 시 방사능 피해 환자를 진료하고 갑상선방호약품을 보급할 방사선비상진료 지정의료기관도 인천엔 아예 없고 경기도도 국군 수도병원과 방사선보건원 2곳에 불과한데다 남부지역에 치우쳐 있다.
뿐만아니라 원전에 피폭됐을 때 치료를 위해 먹는 갑상선방호약품도 인천엔 없고 1천300만 인구가 사는 경기도에는 40여만정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학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피해 범위가 500km도 넘어갔다”며 “국내 원전과 중국 등 인접국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수도권은 피해 범위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원전시설이 있는 전라도 등에서는 매년 원안위가 주관한 연합 훈련과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주민보호조치를 포함한 합동 훈련을 진행한다.
원전 사고 등 비상시에 대비해 ▲주민에게 상황을 전파 ▲임시대피소 이동 ▲관계기관 협조하에 교통통제 ▲군부대와 소방서 제독소 운영 ▲현장 방사능 제염과 진료센터 운영 등 체계적으로 훈련한다.
해마다 원전사고 대응 훈련을 하는 부산시 관계자는 “원전이 생긴 이후로 10년 이상 방사능 방재 훈련을 해왔는데 다른 훈련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말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중국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특정 지자체와의 훈련보다 중앙정부 통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중앙통제 훈련을 진행했다”며 “인천 등 수도권과 함께 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재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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