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신은 자연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

영국 시인 윌리엄 쿠퍼의 말이다. 해석의 여력이 없어도 감히 그 의미를 가늠할 수 있는 명언이다. 전국이 도시재생의 열풍으로 한창인 가운데 그 의미는 더욱더 무겁게 다가온다. 중앙정부와 공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온 힘을 다해 도시재생 집중하면서 성과에 목말라하는 주민들 앞에서 도시계획가들은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때로는 무력감도 함께 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우리가 만들고 우리의 가치를 부여하여 왔다. 그런데 그 생명이 다한 모습으로 다가와 임종을 앞둔 상태에서 새 생명으로 태어나기 위해 온갖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천지 만상에 있는 모든 특효약을 수만리 이국땅에서 찾아와 임상실험도 거치지 않고 복용하기도 하고 임기응변으로 처치하기도 하였다.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입하여 복용하여 기적처럼 회복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도처에서 한숨소리가 들린다. 한탄과 함께 거센 비판의 목소리도 웅성거린다. 5년간 50조를 퍼부어 4대 강에 버금가는 실패한 도시사업으로 섣부르게 예단하면서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필연적인 도시의 본질을 잘 반영하는 당연한 현상이다.

도시는 신이 준 자연을 활용하여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이 만들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각기 다양한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하여 생존을 유지해 왔다. 생존을 위해 유지한 삶의 터전으로 온갖 천차만별의 사람을 담아온 그릇이 도시이고 그 그릇을 통해서 욕망을 충족하는 것을 반복해 왔다. 그러한 그릇이 각기 수명을 다한 상황으로 다양한 처방을 기다리는 것이 현대도시의 천양지차의 모습이다. 각기 다른 인종과 기후, 자연 상태, 역사와 문화 등을 통해 다양한 도시들이 탄생하여 성장 발전하면서 생명을 누려왔다.

우리나라의 도시는 안타깝게도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고도성장의 힘겨운 무게를 감당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산업혁명을 통해 정상적으로 도시를 발전시킨 선진국과는 반대로 어설픈 도시들이 먼저 태어나 버거운 산업화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산업혁명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했기에 어설픈 도시에 공장을 건설하였고 부족한 자원을 교육이라는 인적자원으로 극복하여 고도성장한 저력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도시는 근본적으로 허약한 체질로 탄생하여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면서 그 역할을 수행한 고유의 특질을 가지고 있다. 선진 유럽의 정상 체질의 도시와는 달리 도시인프라와 산업구조 같은 기본 체질이 허약해서 새 생명을 불어넣어 재생하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건물의 구조와 재질, 도로구조와 필수 도시기반시설, 산업구조 등이 허약해서 회복력이 취약하다. 따라서 선진국들이 성공한 도시재생의 성공 효과가 우리나라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 체질이 다른데 처방이 같으면 효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이치이다.

우리는 선진국들이 가지지 못한 열정적인 문화가 있다. 고도성장을 이룩한 최고의 인적자원이 바로 그것이다. 도시는 늘 주민이 함께하여 오랜 역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독특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도시는 주민이 참여하여 다 같이 멀리 보며 함께하면 영원히 우리 것이 된다. 신이 준 자연은 우리와 함께하는 도시를 우리 스스로 만들 기회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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