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문화의 총체 모어(母語)가 사라진다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k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낯선 타지에서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한국어가 들려올 때의 반가운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반가운 마음의 근원은 바로 한국어가 우리의 모어(母語, Mother Language)이기 때문이다. ‘어머니 언어’라는 뜻처럼, ‘모어’는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듣고 배우는 언어를 의미한다.

이러한 모어가 사라지고 있다. 유네스코가 발간하는 보고서 ‘소멸위기에 처한 언어 지도’(Atlas of the World’s Languages in Danger)에 따르면 지난 1세기 동안 세계적으로 200여 개의 언어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상에 존재하는 6천여 개의 언어가 2주에 하나꼴로 소멸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되고 있는 언어 가운데 절반 이상이 2100년 이전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언어란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다. 그 언어를 쓰는 민족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다. 언어를 통해 인류가 지닌 풍부한 창의성과 세계관, 가치체계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축적된 삶의 경험과 지혜를 후대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어는 문화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수백, 수천 년 동안 그 언어로 사유되고 표현돼온 문화유산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소멸하여가는 언어를 지키기 위해 매년 2월21일을 ‘세계 모어의 날’(International Mother Language Day)로 지정,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인류가 지닌 언어의 다양성 보존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해마다 지구촌의 주요 현안을 주제로 세계년(International Year)을 제정하는 유엔은 올해를 ‘세계 토착어의 해’(International Year of Indigenous Languages)로 정해 모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세계 토착어의 해와 세계 모어의 날을 맞아 언어가 가지는 가치와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관식 지역사회부 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