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최저임금 결정제계 개편서 기업지불능력 제외…양대 노총 반발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에서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기업지불능력’을 제외했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편안은 현행 단심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문가그룹인 구간설정위가 심의 구간을 정하면 결정위가 그 범위 안에서 이듬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식이다.

전문가로 구성되는 구간설정위는 노·사·정이 각각 5명씩 추천한 뒤 노·사가 3명씩 순차배제 해 총 9명으로 구성하고, 결정위는 노·사·공익 위원 각 7명씩 총 21명으로 구성하되 정부 편향성 논란이 있었던 공익위원은 국회가 4명, 정부가 3명을 추천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도 확대된다. 그동안 최저임금을 정할 때 근로자 생계비,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 대상으로 삼았는데 앞으로는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 포함 경제상황’ 등도 따져보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초 개편 초안을 내놨을 때 결정 기준에 포함했던 임금 지급 능력은 이번 확정안에서 제외됐다.

양대 노총은 이날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을 ‘개악’으로 규정하며 반대 뜻을 거듭 표명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 발표에 대해 “저임금 노동 문제는 온데간데없고 저임금 노동을 해결하자는 노동자와 계속 싼 값에 일을 시키겠다는 사용자 사이의 교섭 갈등을 문제 삼은 결정구조 개악 안”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법은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법”이라며 “대체 언제까지 사업주 이윤 보장을 위한 식의 최저임금 정책을 추진할 생각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입장문을 내고 “정부 안에는 그동안 한국노총이 반대해온 결정 기준 가운데 하나인 ‘기업 지불 능력’은 제외됐지만, ‘고용 수준’은 표현만 다르게 ‘고용에 미치는 영향’으로 바뀌어 결정 기준의 하나로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고용 수준 등을 결정 기준에 포함한 것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양극화 해소라는 최저임금법 취지에 반하는 문제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며 “(정부는)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을 강행하려는 시도를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철회하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재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오늘 발표된 개편안은 최저임금위원회라는 논의 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와 합의라는 절차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편안을 만들어 발표했다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 포함 경제 상황’을 추가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제한하려는 경영계의 요구에 부응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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