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출산율 0.98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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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명대 시대에 진입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인구동향조사 출생ㆍ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출생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명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출산율이 충격을 넘어 재앙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1977년 2명대(2.99명)로 떨어졌고 1984년에 1명대(1.74명)로 내려앉았다. 2017년 1.0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0명대로 또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인구 유지를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평균(1.68명)은커녕 초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치는 꼴찌다. ‘출산율 0명대’는 1992년 옛 소련 해체, 1990년 독일 통일 등 체제 붕괴ㆍ급변 때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2만6천900명으로, 2017년(35만7천800명)보다 8.6% 감소했다. 출산을 주로 하는 30~34세를 포함, 가임 여성인구가 줄어든 데다 그나마도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만혼이 일반화된 영향도 크다. 결혼을 해도 출산을 미루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많아지는 것도 주요 원인이다. 휴직하기가 쉽지 않고, 양육비ㆍ교육비 등이 많이 들어 아이를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사회ㆍ경제적으로 걱정 없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사망자 수도 최대치를 기록했다. 29만8천9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3천400명(4.7%) 증가했다.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총 인구 감소시점이 당초 예상인 2028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는 경제ㆍ사회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경제 성장과 내수 및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출산율 0.98의 쇼크를 간과해선 안된다. 고용ㆍ교육ㆍ주거 등 근본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육아휴직 급여나 출산장려금 등 일회성 현금을 주는 정책으로는 저출산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 정부가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최근 12년간 120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음이 이를 증명한다. 저출산 대책, 백지상태에서 현실성있게 다시 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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