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오는 13일에 열린다.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되는 동시 선거로 농·축협, 수협, 산림 조합 등 1천343곳에서 조합장을 선출한다. 경기지역은 181곳에서 조합장을 뽑는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7일까지 조합장 선거 관련 불법행위 220건을 적발해 298명을 검거했다. 10명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중 금품을 살포한 혐의를 받은 3명은 구속됐다. 선거사범 유형은 금품선거 202명(68%), 선거운동 방법 위반 62명(21%), 흑색선전 27명(9%) 순으로 나타났다.
조합장 선거가 과열 양상에 혼탁선거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막강한 권한 때문이다. 조합장은 연봉 1억 원 안팎에 판공비가 최대 2억 원이다. 기사와 차량을 받고 최대 150명의 인사권을 쥔다. 조합 예산 집행과 사업 결정도 뜻대로 할 수 있다. 조합장을 발판 삼아 지역 기초의원을 거쳐 시장·군수로 도약하는 경우도 있다. 농·수협 중앙회장도 노릴 수 있다.
그동안의 조합장 선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는 ‘사생결단식 선거운동’이 많았다. 5억원 쓰면 붙고 4억 원 쓰면 떨어진다는 ‘5당4락’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돈 선거’로 치러졌다. 뿌리 깊은 혼탁선거 차단을 위해 개별 실시되던 조합장 선거를 2015년부터 전국 동시 선거로 전환했다.
하지만 불ㆍ탈법의 금권 선거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요즘도 겁없이 돈을 뿌리는 곳이 있다. 이례적인 것은 조합원들이 후보자에게 돈을 받았다고 폭로하는 ‘돈투(Money Too)’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당했다는 ‘미투(Mee Too)’ 열풍이 용기있는 조합원에 의해 이번 선거에서도 실현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모 조합장선거 입후보예정자 A씨로부터 돈을 받은 조합원들이 자수와 함께 A씨를 신고했다. “나도 5만 원권 10장 묶음으로 50만 원을 받았다”고 다른 조합원들도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광주에서만 단일 금품 수수 사건에 자수자가 11명이 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사회가 깨끗해져 가면서 신고·제보가 늘고 있다. 2015년 3월 첫 선거 때와 달리 이번에는 “돈을 받았다”는 자수자가 늘어났다. 이는 선관위가 돈 선거 관행을 끊으려고 신고 포상금을 기존 최고 1억원에서 3억 원으로 올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합장 선거는 농어민이 스스로 조직한 조합을 이끌 리더를 선출하는 중요한 행사다. 지역 살림을 잘 할 능력있는 인물을 골라 신중하게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돈을 뿌리는 사람을 신고하는 ‘돈투(Money Too)’가 조합장 선거의 적폐 청산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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