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봄날의 따스한 여운을 생각하며

한해를 맞이하고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민족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명절인 설과 정월대보름도 지나갔다. 고도화된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이전에는 매우 중요시되고 설렘에 기대가 되었던 기다림의 미학의 여운이 남아 있었으나 지금은 옛스러운 정취의 느낌도 낯설게 느껴진다.

희망을 안고 시작한 새해에도 이전의 몇 년처럼 희망과 활력이 넘치는 국가적인 이미지가 아닌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진 현실의 문제를 성토하는 기사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역사를 발전시키면서 갈등이 어찌 없었겠는가! 그렇지만 호모사피엔스인 인류의 하나의 종이 다른 종처럼 도태되지 않고 지금처럼 발전하고 번성하면서 위대한 존재로 남을 수 있었던 중요한 덕목에는 양보와 화합이라는 무언의 합의를 존중하는 인륜이 존재하고 있다.

요즘에 나타나는 난제로서 환경의 재앙인 미세먼지의 출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전에도 이러한 문제가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데 『고려사절요』에서는 5, 6월에도 황토비가 내렸다고 전하고 있다. 흙먼지에 의하여 일어난 황사는 이전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계속되는 자연 흐름의 일부이다. 이러한 반복되는 자연현상에서 문제로 심각해진 상태는 인간의 탐욕이 과도하게 작용하고 있고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기주의가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에 따른 국가 간의 갈등도 발생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도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 계층 사이에서도 환경과 관련되어 분쟁이 일어나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을 세우기도 힘든 현실이다.

역사를 통하여 살펴볼 수 있는 국가 간에 일어났던 가장 큰 갈등은 전쟁이다. 부처님께서도 이러한 갈등을 목격하셨으며 여러 가르침을 남기셨는데 해결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먼저 자신을 살펴보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세상의 이치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을 따르는 윤회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자기가 지은 업이 다시 돌아오며 이것을 스스로가 되돌려서 받는다는 것이다.

요즘 언론을 통해 현실을 살펴보면 사회의 현상을 긍정보다는 부정을, 화합보다는 갈등을, 원칙과 타협보다는 나의 이익이 우선시되어 갈등을 부추기는 형태가 많이 목격된다. 물론 언론의 자유가 확대되어 많은 정보가 자유롭게 전파되는 현실적인 영향이 크다고 생각되더라도 이기주의적인 사유와 모든 문제를 인간성에 먼저 비추어보고 해결하려는 인성이 아닌 법과 같은 편리한 제도에 의존하려는 기계적인 생활방식이 몸에 익혀진 문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과 자연과의 상호관계에서도 인간과 인간의 상호 연관성에서도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하나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극대화된 이기적인 사유와 행동은 예측이 가능한 현실을 혼란시켜 긍정적인 질서를 창조하는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된다. 우리는 자연의 이치를 알아차리고 우리가 함께 화합하고 서로가 조화되어 자연에서 배운 친화적인 생활방식을 더욱 발전시키고 나와 남의 갈등을 조화롭게 풀어가는 삶의 모습을 봄의 향기에 담았으면 한다.

세영 스님 수원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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