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을 몰라도 한참 몰랐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아무런 합의도 없이 결렬됐다. 빅딜도 스몰딜도 아닌 ‘노딜(no deal)회담’이었다. 회의장을 나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침통한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결렬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럴싸하게 떠들었으나, 사전에 결렬을 예측했던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회담이 결렬됐다는 사실이며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미·북이 다시 만나도 별무신통일 뿐이다.

이번 회담 실패에 대해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김정은과 문 대통령이다. 문 정부도 이제는 대북 정책에서 이념·환상·실험을 없애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허황된 정책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엄중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치밀한 계획에 따라 우리도 고려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개인의 업적이나 좌충우돌식, 즉흥적인 가벼운 말과 태도로 일관했기에 우리로서는 근심이 앞섰다. 게다가 안보를 무시한 채 김정은 일변도의 대북 정책을 추진한 문 정부에 대해선 더욱 걱정이었다.

2차 북미회담 전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 의회를 방문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나는 북한을 안 믿는다. 북한의 진짜 의도는 남한의 무장해제다”고 말했다. 지금 트럼프는 사면초가다. 자신의 심복인 코언의 폭로로 탄핵위기에 몰려 있고 러시아 대선개입과 여자문제 등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에 트럼프가 재선에 도전한다는 말을 한 이유는 재선을 핑계로 우군을 확보해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술책이지, 사실은 현 임기라도 제대로 채우는 게 목표다. 따라서 어설프게 김정은과 합의했다가는 민주당과 악화된 여론을 달래기는커녕 자신의 정치생명이 끝장난다는 사실을 알기에 ‘새로운 핵시설’ 운운하면서 회담을 결렬시켰다는 것이 미국을 잘 아는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다.

25년간 미국에서 살면서 ‘정신분석을 통해 본 리더십 연구’를 쓴 김용신 박사는 북미회담은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가 고조될수록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단언한다. 트럼프와의 전화통화만으로는 지금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없다. 미 정부는 물론 의회·언론·싱크탱크에 우리 입장을 알리고 일본과도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 이게 냉엄한 현실을 타개하는 방법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짜로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미국과 유엔의 경제 제재에 동참하고 북한에 대한 계속적인 설득만이 북핵 폐기의 요체다. 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심정은 이해하나 너무나 현실을 모르는 발언이다. 우리는 북핵 문제 해결의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다. 김정은에게 비핵화에 대해 쓴소리를 해야 하며 베트남처럼 개방과 개혁만이 살길이란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2차 북미 회담에서 보여준 모든 것이 바로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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