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셋·오믹스 등 해외 학술대회 참가했다고… 도내 교수들 ‘일괄 징계’ 거센 반발

정부, 부실 학회로 규정… 대학에 징계 요청
“정보 교환 자리, 취지 모르는 탁상행정” 지적

“학술발표대회의 취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대회 참여 교수 모두를 ‘사이비(似而非)’로 취급하면 앞으로 연구활동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정부가 해외 학술발표대회에 참가했던 교수들에 대해 ‘일괄 징계’하라는 요청을 전국의 대학에 전달한 가운데 경기도 내 교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교수들은 정부가 연구자 간 교류ㆍ정보 교환을 위한 자리인 ‘학술발표대회용 논문’을 실제 연구성과에 대한 검증을 받는 ‘학술지 등재 논문’과 동등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이번 징계 요구는 국내 과학ㆍ공학의 발전을 방해하는 조치라고 성토했다.

7일 교육부와 대학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터키의 와셋(WASET)과 인도의 오믹스(OMICS) 등 학술단체가 최근 5년 이내 개최한 학술발표대회에 참여한 교수들에 대해 징계처분(1회 참가자는 주의ㆍ경고, 2~6회는 경징계, 7회 이상은 중징계)을 내릴 것을 각 대학에 요청했다.

이는 정부가 와셋과 오믹스 등의 학술단체를 돈만 지급하면 논문 출판과 발표 기회를 주는 ‘부실학회’로 규정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교수들은 이 같은 정부의 조치에 대해 학술발표대회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도내 사립대학 A 교수는 “실제 교수 임용ㆍ승진ㆍ명예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학술지 등재 논문’이다. 다른 연구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자리에서 제출하는 ‘학술발표대회 논문’의 경우 성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애초에 학술발표대회는 말 그대로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참가비를 내고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이런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탓에 와셋과 오믹스 등에 참석한 연구자 모두를 ‘거짓 성과를 챙긴 교수’로 매도하고 있다”며 “이는 대한민국 과학ㆍ공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방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학의 B 교수 역시 “정부가 일부의 비정상 사례만을 놓고 국내의 연구자를 스스로 탄압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연구비 지원을 받았는데 학술발표대회에 참여하지 않고 횡령하거나 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처벌해야 하지만, 불법적인 문제가 없는데 일괄 징계하라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와셋과 오믹스 등의 학술단체는 적절한 심사도 없이 논문을 게재해주고 있어 논문의 양을 늘리고자 하는 연구자가 악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달께 징계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자들에게도 충분히 소명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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